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 위기다. 주 수요처인 통신사업자 투자는 위축됐다. 그나마 있는 시장에서는 외국 업체 등쌀을 견디지 못한다. 해외 시장 개척은 산발적인 데다 문턱이 여전히 높다. 세계가 질투할 정도로 화려한 통신서비스 인프라와 비교해 그늘이 너무 짙게 드리운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다.
이 산업은 국가와 사회, 경제를 떠받치는 정보통신과 지식 인프라를 구현하는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높은 기술 수준, 독과점과 같은 속성으로 인해 에릭슨, 시스코, 화웨이와 같은 다국적 장비 업체 벽이 너무 높다. 이 틈바구니에서 우리 네트워크 장비산업이 그나마 살아남았던 것은 지속적인 통신 인프라 투자 덕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투자가 주춤하니 위기감이 잔뜩 고조됐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사업자, 시스템통합(SI) 및 네트워크통합(NI) 업체, 네트워크장비산업체 대표들이 대거 모여 네트워크 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협력을 선언한 것이 그 방증이다.
공동협약은 네트워크 장비산업이 꼭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공공부문 구매 제도 개선부터 선단형 해외 진출, 핵심 장비 국산화, 전문 인력 양성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추진 의지다. 그간 문제와 개선책을 몰라 산업을 키우지 못한 게 아니다. 그 방향을 잘 알면서도 정부, 통신사업자, SI·NI 업체, 장비업체가 따로 놀다 보니 힘을 응집하지 못했다. 같이 가지 않으면 함께 망한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통신사업자는 이렇다 할 국내 장비 업체가 없다면 외국 업체와의 구매 협상력을 키울 수 없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SI·NI업체는 통신사업자의 선진 서비스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필요하다. 장비 업체도 통신사업자, SI·NI업체에 되레 도움을 줄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공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활용해야 협력이 산다. 여기에 정부가 시장 창출, 산업 기반 조성에 노력하면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네트워크 장비산업 육성이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어제 도원결의가 실질적 성과로 빨리 이어지도록 산업계와 정부 모두 온갖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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