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특성화대학 총장에게 듣는다]<4>김용민 포스텍 총장

‘물멸대안(物滅大安)’은 자기 몸에 나쁜 것을 죽이고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다. 김용민 포스텍(POSTECH) 총장이 1월초 본지가 마련한 신년특집대담에서 올해 각오를 표현한 사자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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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총장

김 총장은 “포스텍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물멸대안의 자세로 당장은 힘들더라도 대학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이익보다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지역사회와 국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도전정신과 열정을 갖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28년째를 맞은 포스텍은 개교 당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선진적 교육연구환경을 구축하고 수월성 높은 교육과 연구를 추구해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당시엔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고 확신한 사람이 드물었다.

김 총장은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야할 길도 멀다고 얘기했다.

포스텍 개교 이래 첫 외부인사 총장으로 취임한 김 총장은 “포스텍을 국가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킬 기반을 다지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학들이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틀을 깨며 변화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경영에서도 20·30년 후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지난 2년 6개월 동안 수월성과 주인의식, 전문성, 진실성(intergrity), 협력과 소통 등 대학이 추구해야 할 5대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실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계랑화된 목표 수치와 달성률, 순위 등에 연연하는 우리나라 대학 분위기를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그 결과 포스텍은 △공정하고 투명한 대학 운영을 위해 각종 위원회에 학생 참여 및 공개 △윤리경영팀 신설 등 엄격한 윤리도덕성 준수 △효율적 운영을 극대화한 신스페이스 정책 수립 및 운영 △학생 인성 함양을 위한 봉사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책 마련 △교육연구환경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QSS(Quick Six Sigma)’ 활동 등이 실행에 옮겨지고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김 총장은 아울러 학과별 손익, 학부 및 대학원과정 원가, 대학 내 독립채산운영기관 사용료 지침 등 원가 분석을 통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체계를 정립했다. 그는 특히 연구부문에서 기업체 입사를 전제로 재학 중 일정금액을 지원 받는 산학대여장학금을 과감히 폐지했다. 기업 요구에 얽매이는 수동적 산학협력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을 주도하며 기술사업화 기반을 제공하는 상호 윈윈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초 수립한 포스텍의 대학발전계획도 단기적 성과나 외형에 치우치는 세부적, 정량적 지표 위주에서 탈피했다. 대학발전계획에는 △스타급 교수가 많은 대학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하는 대학 △선구자적 연구수행과 기술사업화가 활발한 대학 △대학 비전과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및 시스템을 갖춘 대학 등 4개의 핵심 지향점을 설정했다.

김 총장은 또 지난해부터 본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형태가 아닌, 학과가 내부뿐 아니라 타학과 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주체적으로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바텀업(bottom-up)’ 형태의 학과자율책임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본부는 발전전략과 실행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심도있게 검토하고 승인하는 등 학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규모가 작은 대학 특성을 고려할 때, 선택된 중요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강하고 튼튼한 개별학과가 기반이 될 수 있어야 세계적 대학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특히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며 “포스텍을 비롯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산업과 창업, 상품 등의 시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성장동력 기반은 결국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적자원을 성공적으로 배출해낼 때 가능하다는 의미다.

포스텍은 현재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맞추고 ‘교수 강의 위주(Faculty-centered Teaching)’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 교육(Student-centered Learning)’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발현시킬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창의융합형 교육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김 총장은 “학부생 연구역량 신장, 리더십 및 봉사 프로그램 강화,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적 혁신적 마인드를 갖춘 우수한 리더들을 배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선구적 연구수행을 통해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획기적 연구성과 창출을 연구분야의 발전 목표로 삼고 있다. 2012년부터 진행 중인 범국가적 차원의 과학프로젝트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수학, 물리, 화학, 생명 등 4개 기초과학연구단을 운영할 정도로 뛰어난 연구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 내년에는 총 사업비 4260억원이 투자되는 첨단거대과학기설인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전 세계 세 번째로 완공될 예정이다. 올 연말이면 실질적인 학제 간 융복합 교육과 연구 촉진을 위한 융합교육·연구전용건물인 ‘C5(Collaboration·Convergence·Consilience·Creativity·Center)’도 완공된다.

김 총장은 “올해는 제2 도약을 위한 확실한 기반을 다지는 해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다른 4개 과학기술대학과 힘을 합쳐 창조경제 실현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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