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던 팬택이 다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다.
지난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2개월 만이다. 팬택과 채권금융기관의 협의 하에 추진되는 선제적 워크아웃이며 중장기적 생존 방안을 마련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팬택(대표 이준우)은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팬택은 “워크아웃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채권단과 협의해 선제적으로 워크아웃을 추진함으로써 재무구조 개선, 투자유치 등을 바탕으로 장기적 생존과 발전을 위한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 개시결정은 이르면 3월 초에 이뤄져 4월 실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실사 결과에 따라 5월께 경영정상화 계획이 확정될 전망이다.
팬택은 지난해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하면서 지난 4분기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 올 1월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공격적 사업 전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팬택은 지난해 말 출시한 ‘베가 시크릿노트’와 ‘베가 시크릿업’ 스마트폰 판매가 기대에 부합하면서 실적이 호전돼 왔다.
이 때문에 워크아웃 신청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팬택과 채권단은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없이는 장기적 발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는 곧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추가 자금지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팬택과 채권단은 출자전환이나 부채 유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자금유치도 용이해진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현재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전개가 가능하다.
과거 워크아웃으로 성과를 거둔 것도 선제적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이유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자발적 워크아웃을 실시했다. 이후 팬택은 2007년 3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1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4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의 기술력을 믿고 외부투자자가 투자하려 해도 회사가 겪는 유동성 문제가 늘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워크아웃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자금 유치가 용이해져 팬택이 재도약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지문인식 등 신기술을 적용한 최신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 반응도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2월 국회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통과되면 하반기부터는 자금력이 부족한 팬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호재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