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여행. 아주 익숙한 조합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하거나 여행 정보를 얻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해외로 나간다면 이미 그 곳에 다녀온 선임 여행자의 카페나 블로그를 방문하는 건 필수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온라인을 활용하면 고객서비스 수준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여행과 인터넷을 분리해 상상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두 개 키워드 조합이 자리 잡기까지 강산이 한 번 변했다. 얼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시장을 열기까지 수많은 개척자가 있었다. 인터넷이 ‘생소한 물건’이던 15년 전 온라인과 여행이 만나 새로운 여행 풍속도를 만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한 우물을 판 인물이 한재철 플래닛월드투어 대표(53)다.
“케이블TV 드라마 덕분인지 과거의 향수 프로그램이 유행입니다. 인터넷 전에 PC통신이 있었습니다. 지금 40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이고, 20~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아주 생소한 풍경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PC통신 세대입니다. 90년대 후반 당시부터 온라인으로 여행 정보를 제공했으니 인터넷 여행사의 기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인터넷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한 대표 본업은 사실 여행업이다. 정보기술(IT)은 여전히 부업이다. PC통신 1세대로 누구보다 IT에 익숙하지만 줄곧 여행 쪽에 몸 담았다. 국내 대표 여행사로 자리를 잡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설립의 토대가 됐던 고려여행사 출신이다.
“1990년부터 온라인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 1998년부터 하이텔에 ‘세계로 가는 열차’라는 코너를 운영했습니다. 이전에도 IT에 관심이 컸지만 직접 온라인으로 여행객을 만나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있었습니다. 급기야 2000년 초반 온라인여행사 1호 웹투어를 설립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한다는 게 과연 성공할 수 있을 지 반신반의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한 대표는 결국 웹투어에서 중도하차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보다는 경영권 이슈 때문이었다. 이 후 잠시 공백기를 거쳐 최근 다시 플래닛월드투어를 설립하고 재기에 나섰다. 웹투어 시절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모바일을 접목했다는 것. PC에서 모바일에 기반을 둔 ‘인터넷 여행 2.0’ 시대를 선언한 격이다.
“수많은 여행사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똑같은 사업은 의미가 없습니다. 플래닛투어는 맞춤이나 소규모 가족 여행에 집중합니다. 방식도 5개 지역으로 나눠 사이트를 모두 현지에서 운영합니다. 터키·영국·프랑스·중국·스리랑카 지역 현지 전문가가 직접 운영해 콘텐츠를 올리고 개선합니다.”
직접 모바일용 여행 앱도 개발했다. ‘똑똑이 카메라’로 불리는 앱은 일종의 사진 기록과 편집 사이트다. 키워드 형태로 사진을 저장해 손쉽게 검색은 물론 시나리오 형태로 여행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간편하게 공유도 가능하다. 30년 가까이 여행업에 종사하면서 직접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진짜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살아 있는’ 앱을 선보였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대표는 “여행은 결국 핵심이 ‘사진’”이라며 “인터넷 여행에 이어 모바일 여행 시대에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