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소재·공정 원천 기술 투자에 나선다. 설계·생산 기술에 비해 취약했던 검사측정 원천 기술을 확보해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원장 이기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오로스테크놀로지·넥스틴·테스 등 5개사와 미래 반도체소자 개발에 5년간 약 15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부터 매년 삼성전자 7억5000만원, SK하이닉스 5억원, 테스·오로스·넥스틴이 각각 1억원씩 투자하고 산업부가 15억원을 분담해 총 30억5000만원씩 출자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단계 사업에서 확보한 예산과 합하면 각각 40억원씩 투자하는 셈이다. 산업부는 내년부터는 산업계와 정부 각각 출자액을 약 10억원씩 추가 증액해 각각 50억씩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과제부터는 회로 설계 외에 검사·측정 장비와 소재 기술 개발이 포함됐다.
주요 과제는 △실리콘(주기율표상 4족 원소)만 이용하던 채널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그래핀· 게르마늄 등 3~5족 소재의 물성, 계면, 결함 등을 계산하고 성능을 측정하는 기술 △0.1나노미터(㎚) 두께의 박막을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광학 모듈 개발 △플라즈마 설비 진단, 자동제어용 알고리즘 개발 등이다.
트랜지스터 구조를 터널펫(Tunnel FET) 방식으로 바꿔 전력 소비량을 줄이거나 칩· 트랜지스터 간 신호 전달을 전자에서 광(光)자로 바꿔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 등도 연구개발(R&D)을 이어간다.
그동안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 회로 설계 기술이나 공정 장비 국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핵심 공정이나 소재 기술은 후순위로 밀렸던 게 사실이다. 3년 이내 단기 상용화 과제가 주를 이뤄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원천 연구 기능도 점점 약화돼 왔다.
이번 사업은 미국 반도체연구조합(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을 본따 정부와 산업계가 학계·연구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회원사가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 비용을 분담하고 연구 결과물을 로열티 없이 공유한다. 교수 500명, 학생 1500명 등이 참여하고 전 세계 반도체 논문 중 20%를 발간하고 있다.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반도체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산실이 돼 왔다.
투자사로 참여한 오로스테크놀로지는 반도체 계측장비 전문 업체다. 넥스틴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 어레이 측정 방식을 최초로 전류인가 방식으로 만든 회사다. 테스는 전공정 장비인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개발해 삼성전자 등에 공급한다.
(단위:억원)
(자료: 산업부)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