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스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 하드웨어에 비해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판단이다. 말이 재검토이지 사실상 중단에 가깝다. 정책만 믿고 사업을 준비한 기업만 바보가 됐다.
스마트스쿨은 이명박정부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초·중·고 교육을 선진화하겠다며 추진한 사업이다. 2015년까지 스마트교실은 물론이고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학교 업무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었다. 업계도 들썩였다. 2조원 안팎의 시장 형성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대만큼 우려가 컸다. 실행 계획을 보니 장비와 정보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 구축 방안 일색이며, 핵심인 콘텐츠 수급 방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됐다.
교육부는 연구와 자문단을 구성해 새 정책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톱다운 방식 접근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새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당분간 도입을 학교 자율에 맡긴다. 사실상 중단이다. 일선 학교가 막대한 비용이 든 프로젝트를 정부 도움 없이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고선 추진하기 어렵다. 그릇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야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도입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은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초중등 교육 고도화를 위해 스마트스쿨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도 정면 배치한다. 정부가 세부 실행 계획을 수정하더라도 추진 자체를 접어선 곤란하다.
지나친 하드웨어 중심 말고도 스마트스쿨 정책 문제는 업계 참여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전 기획 단계부터 실행까지 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스마트스쿨 관련 표준화를 비롯한 틀을 만드는 것보다 콘텐츠부터 하드웨어까지 일일이 보급하는 겉모습에 집중했다. 방향부터 엉뚱한 정책이 나온 이유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 표준화부터 소외계층 단말기 지원방안까지 망라한 스마트스쿨 기본 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시장 원리에 따라 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여지를 많이 두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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