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미디어 빅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던 것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영화나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 제작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는 `트랜스 미디어` 시도가 본격화됐다. 기획 단계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에서의 영상화를 목표로 웹툰을 제작하는 곳까지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웹툰이 차세대 한류 디지털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한국이 키운 웹툰 전문 스타트업들이 설립 초기지만 과감하게 대형 기업과 손잡고 해외 영상시장을 두드리고 나서 글로벌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웹툰 플랫폼 강화와 함께 `트랜스 미디어` 전략에 힘을 쏟는다. 웹툰이 인기를 얻은 후 이를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는 `원소스멀티유즈`(OSMU)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획에 들어갈 때부터 TV·영화·공연 등 각 미디어에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 가능하도록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영상화하면서 해당 콘텐츠 형식에 맞춰 새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세계관과 시놉시스, 캐릭터 등을 풍성하게 구축한다. 본래 이야기는 영화로 다루되 프리퀄은 소설로, 본 줄거리에서 파생된 다양한 이야기는 웹툰으로 만드는 식이다.
트랜스 미디어는 하나의 IP로 만들어진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매트릭스`나 `헤일로`처럼 최근 해외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CJ E&M과 원천 콘텐츠 공동 제작을 위한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CJ E&M에서 영화 원작 구매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도 합류했다.
두 회사는 트랜스 미디어에 적합한 웹툰을 공동 기획해 작가를 발굴하고 제작 과정에 함께 투자한다. 이후 적합한 웹툰을 영상화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충무로에 돌아다니는 시나리오 중 당장 영화화가 부담스러운 것을 웹툰으로 미리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타진할 수도 있다.
현재 세 편의 콘텐츠를 기획 중이며 이르면 상반기 중 첫 결과물이 나올 전망이다. 김창민 레진엔터테인먼트 총괄PD는 “웹툰 기반의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매체로 이식된 후엔 원작의 맛을 살리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며 “트랜스 미디어적 접근으로 웹툰에서 출발,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타파스미디어는 해외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보다 시장이 큰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는 목표다. 미국에 본사가 있어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접근이 가능하다.
최근 제휴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해외에 통할 웹툰을 발굴한다. 다음에서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다음 웹툰 중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작품을 골라 북미에 소개한다. 현지에 먹힐만한 새 웹툰도 공동 기획한다. 타파스미디어 관계자는 “해외 콘텐츠 기업과 손잡고 웹툰 영상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잠재적 수요가 큰 해외 콘텐츠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SMU vs 트랜스 미디어
자료:한국콘텐츠진흥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