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탈메시를 적용한 태블릿PC를 처음 내놓기로 하면서 관련 소재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중일 메탈메시 관련 업체들은 삼성전자를 잡기 위해 양산 기술 검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어떤 기술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메탈메시 시장 향방이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탈메시를 적용한 스마트폰·태블릿PC 8개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일부 모델이 개발 도중 취소된다 하더라도 올해 2~3개 모델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우선 다음달 메탈메시를 채택한 첫 태블릿PC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7~8인치 디스플레이의 이 제품은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초저가 모델이다. 다른 부품은 동일하지만, 터치스크린패널(TSP)만 3가지 방식을 채택했다. 메탈메시는 양각 방식과 음각 방식 두 가지를 쓰고, 기존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도 적용했다. 신소재를 적용하는 만큼 품질 불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메탈메시는 필름 위에 패턴을 만들고 그 안에 은·구리 등 금속을 도포한 제품으로 ITO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회로 구현 기술에 따라 양각 방식과 음각 방식으로 나뉜다.
음각 방식 메탈메시는 필름에 롤투롤 공정으로 은 소재를 인프린팅하는 원리다.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중소기업이 적극적이다. 최근 잉크테크가 메탈 나노 스트림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업체 엘엠에스와 잉크테크가 필름 패터닝·인쇄 등을 담당하고, 중국 오필름이 TSP로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양각 방식 메탈메시는 필름 위에 구리 박막을 입힌 후 센서 패턴을 제외한 부분을 화학 물질로 씻어내는 원리다. 미세패턴을 구현하는데 유리하지만, 비싼 포토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해 자금력 있는 회사들이 주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기·일본 후지가 삼성전자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세 패턴 기술과 양산성이 관건이다. 200ppi(인치당 픽셀 수) 이상 고해상도 LCD에 메탈메시 TSP를 부착하면, 센서 패턴과 LCD 픽셀이 겹쳐져 물결 무늬가 생긴다. `모아레 현상`이다. 그동안 메탈메시가 모바일 기기에 적용되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최근 미세 선폭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아레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공정 기술 수준은 5~6㎛ 메탈메시 선폭이 한계지만, 3㎛로 줄이면 태블릿PC에 쓸 수 있는 시인성이 확보된다. 미세 선폭을 1㎛까지 줄이면 스마트폰에도 메탈 메시 TSP를 적용할 수 있다. 1.8㎛ 이하 선폭은 사람 눈으로 아예 식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탈메시가 적용되면 삼성전자 태블릿PC 가격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선점한 중저가 태블릿PC 시장 구도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