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화성 이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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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원이 추진하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상상도자료:마스 원

네덜란드 벤처기업 `마스 원(Mars One)`이 추진하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세계 각국에서 20만명을 웃도는 참가 희망자가 몰린 가운데 140개국 1058명이 이주 훈련 대상자로 낙점 받았다. 정신력, 판단력, 영어 능력 등을 두루 갖춘 24명이 최종 합격자로 선발된다. 마스 원이 내세운 화성 이주 프로젝트 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여섯 차례에 걸쳐 지구에서 5500만㎞ 떨어진 화성으로 출발한다. 지구로 귀환하는 일정은 없다. 바스 란스도르프 마스 원 대표는 “인류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과연 지구를 떠나 무사히 화성에 정착 할 수 있을 것인가.

자료:마스 원

◇마스 원, “인류는 2023년 화성을 품는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마스 원은 오는 2025년 인류를 완전히 화성에 정착시킨다는 광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선발된 1058명은 영구히 화성에서 거주하는 것을 목표로 8년 간 혹독한 우주 비행 훈련을 받게 된다. 회사는 남극 등 지구 극한지에 화성 기후·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훈련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지구와 화성을 연결하는 통신 위성을 발사할 준비를 시작한다. 마스 원은 지난해 말 록히드 마틴 우주 시스템(LMSS), 서리 위성 기술(SSTL)과 민간 탐사 로봇 작업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1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무인 탐사선에 실어 화성으로 보낸다. 같은 해 10월 화성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탐사선에는 2.5톤 규모 예비 부품, 태양전지 패널, 일반 물자 등을 싣는다. 거주 가능 지역을 탐사하는 로봇은 2018년 화성 표면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마스 원은 최근 초등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탐사 로봇이 진행할 과학 실험 아이디어를 구하는 `유니버시티 챌린지`를 구성했다. 로봇에 수질 정화 장치, 태양전지 패널 등을 탑재하는 작업은 록히드 마틴이 맡는다. 지구와 화성 간 통신 지연 시간이 최장 40분에 달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가진 로봇으로 설계한다.

2021년에는 화성 표면에 각종 물품을 실은 무인 운송기 6기를 착륙시킨다. 2기는 풍선 형태 거주 건물을, 나머지 4기는 에너지·물·호흡용 공기 등 생명 유지 장치를 각각 실어 나른다. 같은 해 탐사용 로봇 2기를 추가로 쏘아 올린다. 물·산소·대기가 준비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 드디어 인류가 화성을 향해 출발한다. 9월 경 4명이 로켓을 타고 지구 저궤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화성 착륙선과 도킹한다. 2023년 화성에 도착한 최초의 화성인 4명은 식량을 준비하고 태양 전지 패널을 조립한다. 수 주 후에 생명 유지 장치, 세 번째 탐사 로봇 등을 담은 추가 화물 5개가 도착한다. 2025년에는 2진 4명이 먼저 도착한 인원과 합류해 거주 건물에서 과학 실험과 탐사를 시작한다.

◇화성 이주,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전문가들은 마스 원이 추진하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인간이 장기간 우주에 체류하면서 발생하는 문제 등 관련 지식·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의학·생물학 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4년간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MARS 50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성 6명이 고립된 환경에서 520일 동안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이상 증세를 조사한 것이 골자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수면 장애를 호소했다고 보고됐다.

중력 변화에 따른 신체 변화도 검증되지 않았다. 우주 왕복선에서 사육한 실험쥐는 지구 귀환 후 저혈압 장애가 나타난다. 무중력 상태에 적응된 신체에 지구 중력이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마스 원이 선발한 화성인들이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 변화를 낙관할 수는 없는 이유다. 화성 중력은 지구의 30% 수준이다.

인간이 우주 공간에 가장 오래 체류한 기간은 한 러시아 우주 비행사가 기록한 437일이다. 현재 우주 비행사가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체류하는 기간은 통상 180일가량이다. 설령 ISS에 문제가 발생해 체류 기간이 길어져도 지상에서 지구 귀환을 지원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 이주 프로젝트 참가자는 상황이 다르다. 화성으로 향하는 도중에 돌발 상황이 발생해 우주 공간을 떠돌게 돼도 지구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운석, 우주 쓰레기 등과 비행선이 충돌해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형 로켓, 탐사 로봇을 개발해 화성으로 보낸다는 로드맵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켓과 탐사기, 운송 화물 등을 연계한 구체적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데 10년을 웃도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인간이 직접 탑승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과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달 탐사 계획에 참여한 테라조노 준야 아이즈대학 조교수는 자국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 나사(NASA)가 2012년 화성에 착륙시킨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무게가 900㎏”이라며 “마스 원이 큐리오시티 보다 3배가량 무거운 물품을 일정대로 2016년에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서둘러 로켓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법적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각국 지원자가 자발적으로 참가했지만 사고 시 국가 간 책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성에 어렵게 도착한다고 해도 100% 정착한다는 보장도 없다. 테라조노 교수는 “지구 귀환 일정이 없다는 것은 결국 목숨을 건다는 의미”라며 “프로젝트 주최 기업, 로켓 제조 기업, 참가자 등이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지고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조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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