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업계의 새로운 경쟁자는 누구일까. 바로 택배회사다.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수기 관리를 위한 필터 교체 등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구매 등을 통해 대량의 생수를 저렴하게 배달해 먹기 때문이라고 나름 분석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국내 생수 시장 1위 업체가 대형 택배회사와 장기 배달 계약을 맺으면서 가정배달 서비스에 나선 것에 주목했다. 실제로 정수기 보급률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대신에 국내 생수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물맛`에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생수만이 아니라 탄산수까지 찾아 마시고 있다
물론 앞선 기우일 수도 있다. 얼음 정수기나 정수된 물의 다양한 쓰임새를 생각하면 생수의 경쟁력은 현재로선 정수기의 편의성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수기 보급률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동안 신규 업체들은 늘어나고, 생수나 탄산수 등 새로운 경쟁자의 부각은 장기적으로 정수기 시장 전체의 도전이다. 이미 한정된 `먹는 물` 시장을 놓고 정수기 업체와 생수 업체, 심지어 냉장고 업체들까지 다투고 있다. 이제는 기술만이 아니라 유통망을 바꾸는 것만으로 다른 산업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앞서 이와 비슷한 사고의 전략적 전환에 들어간 것이 바로 유명한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 사례다. 1990년대 후반 제품 판매량이 정체되는 상황에 이르자 나이키는 주요 타깃 소비자들이 운동 대신에 집안에서 게임을 더 많이 즐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장 점유율보다 더 중요한 소비자 생활변화에 초점을 맞췄고, 아이팟과 연결되는 신제품을 내놨다.
1등 코웨이 이후 정수기 업체들의 고착화된 순위에는 마케팅은 물론이고 혁신 기술 부족이라는 공통적 문제가 있다. 후발 정수기 업체의 홈쇼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저가 출혈 경쟁도 지나치다. 홈쇼핑의 주요 시청자의 나이가 40~50대로 올라가면서 젊은 고객 확보가 어려워지는 문제점도 있다. 렌털 계정 숫자만 헤아리던 정수기 업체의 생존 전략에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