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청와대 대변인의 책임과 권한

취임 후 첫 설 연휴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 없이 청와대에서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휴 이후 일정 준비와 국정 현안을 챙겨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마음 편한 휴식만은 아니었을 듯하다. 이달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지연됐던 인사 역시 설 연휴 동안 꼼꼼이 챙겼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걸리는 게 있다. 청와대 대변인 자리다. 지난 12월 31일 김행 전 대변인이 전격 사퇴한 후 벌써 한 달이 됐다. 이 기간 인도·스위스 순방 일정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인사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고사하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고사 이유는 대변인이 권한과 책임이 없다는 게 크다고 한다. 정권 초반 남녀 두 명의 대변인을 뒀지만 대변인은 자료 배포와 공식 브리핑 이외에는 철저히 입을 닫았다. 심지어 `대변인이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접하지 못해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성추문을 일으킨 윤창중 전 대변인 이후 그 역할은 더욱 축소됐다.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정현 수석이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은 이유도 있다. 비공개 백그라운드브리핑 뿐 아니라 공개 브리핑까지 이 수석이 나섰다. 김행 전 대변인의 역할은 박 대통령 일정 중 비공개 부분만 서면 브리핑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반기는 사람이 없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한 번 일을 맡겼으면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대변인 자리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과 대통령 및 정부 홍보 전략에 따른 대국민 소통의 직접적 창구다. 그러나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 대변인은 책임과 권한을 갖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경제과학벤처부 차장=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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