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정액기술료 요구에 멍드는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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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구개발(R&D) 분야의 `정액 기술료` 제도가 중소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미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새 정부의 세수 확보 정책에 발목이 잡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술료는 R&D 과제에 참여해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성공 판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으로 현행 규정에서는 R&D 자금을 지원 받으면 기업 규모에 따라 대기업은 출연금의 40%, 중견기업 30%, 중소기업 10%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유지되는 제도다. R&D 기술료가 대표 규제 법안으로 꼽히며 `손톱 밑 가시`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업 종료 후 매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기술료를 내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운영은 물론이고 후속 투자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제 출연금을 받아 인건비·기자재 구입 등으로 비용을 처리하고 나면 사업 종료 후 바로 수익이 나기보다는 오히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정보처리 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는 오세곡 엑센솔루션 대표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바로 제품이 나와 매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확보한 기술이 제품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를 따지고 이를 기술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과제에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점도 불합리하다. 지난해 대기업과 함께 전자전기 분야 국가 연구과제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은 과제를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 기업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높아 정액 기술료 납부 비율을 40%에 맞췄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기술료(40%)에 맞춰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세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에서는 이에 범부처 합동으로 기술료 납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김꽃마음 미래부 연구제도과장은 “1월 협의체 회의결과 정액기술료를 일시·조기에 납부하면 최고 40%까지 면제해주는 표준안을 이달 말까지 만들 것”이라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경상기술료 도입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부처에서 40% 감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사업이 끝나 자금 운용이 어려울 때 조기 납부하는 것을 유도하는 식으로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업계의 불만은 최근 조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소 보유 기업 857개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술료를 납부해야 하는` 제도에 불만을 가진 기업이 79.4%를 차지했다. `높은 기술료 비중(78%)`과 `부처마다 다른 기술료 납부 기간과 절차(20.2%)`가 뒤를 이었다. 정액 기술료 적정 수준에는, 대기업은 출연금의 34.2%, 중견기업 21.6%, 중소기업 6%가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액 기술료 납부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세수 확보 차원에서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액 기술료=연구개발(R&D) 결과물을 실시하는 권리를 획득한 대가로 실시권자(영리·비영리 기관)가 국가·전문기관·R&D 결과물 소유기관에 지급하는 금액.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해 징수한다. 기업과 같은 비영리 법인은 과학기술공제회 출연금 지분의 9%를 포함해, 정부 출연금의 10%(중소기업), 30%(중견기업), 40%(대기업)를 각각 전문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기업유형별 적정 정액기술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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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술료 제도 불만족 이유(중복응답)

(단위: 개사, %)

R&D 정액기술료 요구에 멍드는 중소기업
R&D 정액기술료 요구에 멍드는 중소기업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