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1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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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모 공공기관 건물 16층에는 `1601호`라는 사무실이 있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과천에서 세종청사로 옮긴 후 서울 출장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각종 행사 때문에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직원들에게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1601호라는 낯선 이름이다. 호텔이나 오피스텔도 아니고 공공기관 사무실 명패로는 어색하다.

한 번 더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1년 전 세종청사 1단계 이전 후 직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이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들이 세종 청사보다 서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지적이었다.

1601호라는 정체불명의 사무실은 세간의 그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일 법하다. 세종시로 옮긴 후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서울 사무소를 공식화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며칠 전 1601호를 찾은 산업부 관계자는 “대놓고 (산업부 시설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잘은 몰라도 서울 어딘가에는 또 다른 부처의 1601호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여전히 상당수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서울 출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종 1단계 이전 초기 서울로 출장 온 공무원들이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커피숍을 전전했던 모습은 그야말로 `비정상`이었다.

이쯤 되면 1601호에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서울 출장을 없앨 수 없다면 보다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회·서울역 등에 위치한 공식 원격근무센터도 좋지만 수도권에 남는 관계 기관을 활용하면 예산 절감과 업무 연계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자칫 공무원들의 `아지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럴 인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매일 출근 도장 찍거나 낮잠 자고 수다 떠는 장소로 이용하는 `무개념` 공무원이 있다면 이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1601호의 정상화`는 한번쯤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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