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조업 로드를 가다]아세안-②베트남/삼성전자 최대 스마트폰 생산공장 옌퐁을 가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가량 이동하면 박닌성 옌퐁 공단에 닿는다. 거대한 규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협력사들이 인근에 빼곡이 들어차 있다. 출퇴근길에는 통근 차량과 오토바이 물결로 온 도로가 북새통을 이룬다. 공장 외곽을 따라 포장마차 같은 밥집이 늘어서 있는 것도 옌퐁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퇴근길에는 베트남 직원들이 간이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 걸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다.

5년 전만 해도 이 곳은 논밭이 전부인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첨단 스마트폰 공장을 지으면서 베트남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옌퐁 공단의 가장 큰 장점은 세트-부품-소재-설비까지 전자 산업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원자재 및 생산 설비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어 25~50%에 이르는 관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박닌성과 박장성 인근에 진출한 삼성전자 협력사수는 57개에 달한다.

김순기 우전앤한단베트남 이사는 “지난 2009년 이전 옌퐁 공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2회계년도 법인세 면제, 4년간 50% 납부 혜택을 받았다”며 “최근에는 세제 혜택이 점차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옌퐁 공단 내 한국 업체 공장 어느 곳을 방문해도 현지 직원들로부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이 곳 직원들을 만나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무뚝뚝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잘못됐다고 느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얼마나 현지화에 힘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베트남 사회에 녹아드는 한국 기업의 노하우는 다른 외국계 기업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베트남 직원들의 경조사를 법인장이 직접 챙긴다. 일본·미국계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복균 인탑스베트남 법인장은 “한국인의 `정(情)` 문화가 베트남에서도 잘 통하는 것 같다”며 “개인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직원들 경조사와 신입사원 교육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직원과의 유대관계 형성은 직원 장기 근속, 생산 수율 향상 등 긍정적 효과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은 노사 분규 발생 횟수도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다.

크루셜텍은 베트남 법인 설립 때 한국 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베트남 직원 4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을 중간 관리자로 키워 경영진과 베트남 직원 사이에 가교 역할을 맡겼다. 크루셜텍베트남은 설립 후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노사 분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현지 직원들의 작업 숙련도가 높아 생산 수율도 국내 본사 못지않다.

부이 반 럭 크루셜텍베트남 대리는 “한국 기업의 급여 수준이 일본·미국계 기업에 결코 높지 않지만 이직률은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양국이 정서적으로 비슷하고, 한류 등으로 문화적 친밀감이 큰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치솟는 임금과 인력난은 옌퐁 공단 입주기업 모두의 고민이다.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베트남 내 최저 임금은 매년 15~20%씩 상승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기업의 최저 임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10년 1인당 월 80달러에 불과했던 옌퐁 공단 내 작업자 임금은 현재 300달러 수준에 육박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생산 물량이 늘고 있고, 생산성도 좋아지고 있어 아직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2~3년 내 임금 상승 충격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옌퐁 공단에 진출하는 회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 외 수당과 사회보장 보험 부담도 적지 않다. 사회·의료·실업 3대 보험료는 임금 수준의 30%에 이른다. 기업이 22%를 부담하고, 개인이 7%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에서는 일요일에 근무할 경우 200%, 법정 공휴일 근무시 300%씩 각각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필리핀 등 다른 아세안 국가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옌퐁 공단에 한국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박닌성·박장성 인근 도시뿐 아니라 중부 지역까지 통근 버스를 보내 작업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임금도 협력사에 비해 10% 정도만 높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임금 격차가 크면 협력사들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달 600여명의 신규 인력을 공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공장 인근에서 직원을 채용하면 아무래도 협력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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