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지방으로 이전 예정인 산업기술 지원기관이 기존 수도권 수요기업 대응 업무를 놓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본원을 지방으로 옮기지만 수요자는 그대로 수도권에 남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수도권에 밀집한 제조업종 대다수 기업에는 오히려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한국세라믹기술원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연구개발(R&D)·시험인증 지원기관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이전한다.
이미 이전 지역은 정해진 상태지만 본원을 옮긴 후 기존 수도권 수요기업 지원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지가 관건이다. 국내 산업구도상 아직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R&D 평가·관리를 담당하는 KEIT는 내년 여름 대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R&D 과제 수요기관은 물론이고 평가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 대부분이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어 이전 이후 업무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평가자가 기존 현업을 제쳐두고 번번이 대구로 이동해 평가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KEIT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과제 발표와 평가를 원격지에서 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원격 인프라를 설치할 공간과 이를 지원할 인력이 별도로 필요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최대 시험인증기관인 KTL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KTL은 내년 말 진주로 이전한다. 최근 국내 시험인증 건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의뢰하는 대부분 기업이 수도권에 있어 향후 대응이 쉽지 않다. 현재 KTL 시험인증의 60%가량이 수도권 기업·기관으로 추산된다.
KTL은 기존 수요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 서울 구로 본원의 핵심 시설과 일부 인력을 남길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본원의 시험인증장비를 해체해 옮기기도 어렵고, 수요기관이 매번 시험 대상 장비를 지방으로 가져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말 또는 2015년 초 진주로 이전하는 한국세라믹기술원도 수도권 업무 대응방안을 수립 중이다. 세라믹기술원은 이미 서울 가산동 본원 건물을 매각한 상태다. 세라믹기술원은 기존 이천 분원을 활용하는 한편 별도로 서울사무소를 구축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이다.
이전 예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업무를 다른 기관·기업과 경쟁하기 때문에 지방 이전 후에 수도권 고객이 찾아온다고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전 취지를 살리면서 수요기관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이전 주요 산업기술 지원기관 현황
※자료:기관 종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