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여우는 무슨 소리를 내지?

여우가 화제다. 최근 유튜브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만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 팀이 있다. 주인공은 노르웨이 코미디 듀오 `일비스`. 그들은 `여우는 무슨 소리를 내지(원제 What does the fox says)`란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렸다. 두달만에 2억건 조회수를 갱신했다. 세계가 여우 소리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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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일비스는 노래에서 다양한 여우 울음소리를 표현했다. `리딩딩딩 딩딩딩 그딩딩디디딩` `와파파파파파파우` `하티하티하티호` `얍얍얍얍얍` `차차차차차차우` `끄꺅꺅꺅꺅꺄우` `아히아히아히하히` `아우우우우` 등 자막으로 해석된 소리는 기괴하다. 거기에 맞춘 일비스 안무도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흥겨운 리듬과 이색적인 가사, 단순한 안무에 세계는 열광했다. 최근 엠넷이 주최한 `2013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초청되는 등 국내에서도 여우가 무슨 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IT 세계에서도 재미있는 소리를 내는 여우가 있다. 10명 중 7명 이상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익터넷익스플로러(IE)를 웹 브라우저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세계인 20%가 사용하면서 구글 크롬 웹브라우저와 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불여우(파이어폭스)`가 주인공이다.

파이어폭스는 모질라 재단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기반 웹 브라우저다.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엔진을 사용할 수 있다. 파이어폭스 장점은 무엇보다 세계에 흩어진 개발자가 만든 `부가기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능으로 웹브라우저를 활용하기 때문에 `자유도`가 높다.

파이어폭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오픈 소스` 정신에 있다. 개발자 저작권만 지켜준다면 누가나 소스를 확인하거나 일부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움직임은 파이어폭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넷스케이프부터 활발했다.

MS윈도를 설치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포함돼 있다. 공개된 소스도 제한적이라 수정·배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파이어폭스를 포함한 다양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와 사용자의 자유를 강조했다. 카피라이트(Copyright)와 반대로 `카피레프트(Copyleft)` 개념에 따라 움직인다. 지식과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반대하는 카피레프트는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둔다. 마치 최근 사회에서 요구한 `광장(아고라)`과 유사하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을 포함해 아이디어가 보호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픈소스 정신은 어쩌면 이런 지식재산 보호와 상충된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오픈소스는 저작권을 침해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스스로가 창출한 아이디어를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자는 배려로 해석할 수 있다. 정보 공유·개방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다면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세상을 살 수 있다. 인터넷 세상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자는 불여우의 소리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ps. 지난해 우리나라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여우는 개과 포유류다. 그래서 실제 여우소리는 개의 울음소리와 유사하다. 활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쓴다면 `오르르?(?)`쯤 되지 않을까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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