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 인사]삼성전자, 해외와 SW 키웠다

“여성 주재원과 SW가 눈에 띈다.”

5일 단행된 임원인사에 대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인사는 예상대로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영됐다. 흔한 말로 `승진잔치`를 펼쳤다. 주목되는 것은 사업부문별 쏠림인사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 올해 분기 10조원대 영업이익을 견인한 IT·모바일(IM)부문에서 승진자가 많았지만 소비자가전(CE)·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도 대체로 다수의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예상했던 인물이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임원승진이 기대됐던 인물은 무난히 올라간 셈이다. 삼성전자 CE부문 한 관계자는 “CE부문은 이익측면에서는 크게 기여하지는 못했지만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상당히 선전했다”며 “많은 노력을 쏟은 만큼 그에 합당한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비중 강화 포석=이번 인사와 이르면 금주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해외 부문 비중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스마트폰·TV 등 주요 글로벌 넘버원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여기에 차세대 수익원으로 거론되는 IM·CE부문의 기업간거래(B2B) 시장과 2015년 세계 1위 도약을 선언한 가전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번 승진인사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해외에서 시장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을 중용했다는 것이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있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해외에서 시장개척을 위해 고생한 사람을 인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무로 발탁 승진한 연경희 부장이다. 연 신임 상무는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주재원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뉴질랜드에서 주력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 올렸다. 현지 매출을 지난해 2억6000만달러에서 올해 3억2000만달러로 큰 폭 개선했다. 눈에 크게 뛰지 않지만 해외에서 분발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제조업 이미지 탈피 노력=삼성전자는 인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SW·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런 약한 SW·서비스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 모습도 보인다. 박현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시스템 SW개발그룹장이 대표 사례다. 박 그룹장은 2010년 상무 승진 후 3년만에 전무로 발탁 승진됐다. 무선사업부가 역대 최대실적을 거둔 점도 반영됐지만 SW인력에 대한 배려로도 해석된다. 박 그룹장은 입사 후 9년 동안 컴퓨터사업부 개발팀에서 PC용 SW 개발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SW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TV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온 최윤희 부장의 상무 승진도 마찬가지 사례다. 삼성은 내년 스마트TV에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TV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활기도 요인이다. 이같은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자체 플랫폼 수준을 높여야 한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서 삼성전자 TV부문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SW부문 인력을 중용하려는 모습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체제에 힘 실릴 듯=이번 인사에 대해 사업부 내부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다. 윤부근(CE부문)·신종균(IM부문) 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에는 실패했지만 전 사업부문 모두 대체로 기대됐던 인물이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사업체제가 상당부문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이는 사업부별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수익을 주도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내년 상황이 불투명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올해 70만~80만원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면 내년에는 20만~30만원대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구도가 중저가폰 시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분기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CE부문도 가전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생활가전사업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때문에 큰 폭의 조정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과를 보인 곳의 인물을 배려함으로써 조직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김준배·권건호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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