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처가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정책을 공동 수립·발표하는가 하면 행사를 함께 개최하기도 한다. 과거 틈만 나면 대립각을 세웠던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맞손을 잡는 일이 늘어났다. 새 정부 출범 때부터 대통령이 부처 간 협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아직 협력의 틀이 갖춰지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행사장에서 우연히 미래부 관계자를 만났다. 그가 꺼낸 첫마디는 “기사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다.
일전에 미래부와 산업부가 공동 발표한 보도자료가 있었는데 산업부를 출입하는 기자가 무심코 산업부, 미래부 순으로 기사를 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 직제 순서상 미래부가 앞에 있으니 기사도 그리 써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대개 여러 부처를 언급할 때는 정부조직법에 나온 순서대로 쓰는 것이 암묵적인 원칙이다.
얼마 뒤 미래부와 산업부가 또 다른 공동 자료를 배포했다. 미래부의 경고(?)가 기억나 미래부, 산업부 순으로 기사를 썼다. 이번엔 산업부 관계자에게서 바로 연락이 왔다. 그의 말은 “여러 부처가 협력했지만 산업부가 주도했으니 산업부를 중심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여러 부처가 관여했더라도 사안에 따라 특정 부처의 역할이 더 큰 때가 있다. 일을 더 많이 한 부처로서는 이른바 `n분의 1` 식 접근이 서운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하려면 뭐하러 협력하는지 싶다. 여러 부처 이름을 나열하며 협업 사례인 양 홍보한들 속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처 실무자들끼리 그때그때 이번엔 이쪽에서 단독 발표하고, 다음엔 저쪽에서 다루는 식으로 조율하면 되지 않나 싶다.
창조경제를 이끌어주고 밀어줘야 할 미래부와 산업부, 이런 식으로 협력하려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낫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