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태블릿PC용 대면적 메탈메시 터치스크린패널(TSP) 상용화에 바짝 다가서면서 TSP 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닛토덴코가 독점한 인듐주석산화물(ITO) 일변도의 TSP 생태계가 바뀌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닛토덴코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닛토덴코는 TSP 핵심 소재인 ITO 세계 시장을 85% 점한 기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독점 지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가격 정책을 펴 왔다. 삼성전자에 우선 물량을 배정해왔을 뿐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업체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ITO 필름 대체 소재 상용화에 나서면 두 회사 간 관계는 껄끄러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메탈메시 소재 비중을 늘리면 닛토덴코도 더 이상 삼성전자에 호혜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할 이유가 적어진다. 이를 이유로 삼성전자 내에서 메탈메시 TSP 상용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ITO 필름을 경쟁사보다 훨씬 싸게 조달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굳이 나서서 유리한 TSP 소재 시장 구도를 흔들 이유가 없다”며 “ITO 대체 소재 상용화가 쉽지 않은 만큼 메탈메시 TSP가 시생산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닛토덴코에 TSP 핵심 소재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향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 한때 겪었던 것처럼 ITO 필름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 우량 고객인 삼성전자도 얼마든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메탈메시 소재를 확보해 닛토덴코 ITO필름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에 ITO 글라스 대신 ITO 필름을 쓰면서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 때 삼성전자는 닛토덴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소재 업체를 발굴하고 커버유리 일체형(G2) TSP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LG화학까지 ITO 필름 공급 업체로 등록시켰을 정도로 삼성전자는 탈 닛토덴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닛토덴코가 ITO 필름 가격을 낮추고 일본 내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TSP 소재 국산화 움직임은 시들해졌다.
하지만 향후 태블릿PC 사업 확대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TSP 소재 다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4000만~4200만대 가량의 태블릿PC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교육용 전자 교과서 시장을 기회로 7000만~1억대 판매한다는 목표다. 닛토덴코가 공급하는 ITO 필름 양만으로는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태블릿PC에 채택되면 종전 ITO 필름 TSP로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지금 소재 시장 구도가 유리하다고 해서 현재에 안주하면서 연구개발(R&D)을 등한시 하는 경우는 없다”며 “신소재 발굴과 동시에 차세대 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