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이 전자소재연구소를 개소하고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분리하는 등 최근 소재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난데 없이 LG화학이 불편한 심기에 휩싸였다. 일부 연구개발 인력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화학 기업이자 삼성을 크게 압도하는 위상이라는 점에서 인력 이탈은 자존심 문제다. 소재 산업이 미래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삼성과 LG, 양대 그룹의 신경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 연구개발(R&D) 직원 상당수가 삼성 소재연구소 이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제일모직이나 삼성 전자소재연구소로 옮겨갔다. LG화학 연구원 출신 한 퇴직자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은 대전에 있어 지리적인 근무 여건을 고려한 이직 요구가 더 컸다”면서 “이 밖에 향후 조직과 개인적인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봤을 때 이직을 고민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삼성 전자소재연구소 설립을 공식화 할 때부터 LG화학 핵심 인력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소재 수요기업이지만 그룹 계열사 중에는 딱히 두각을 나타내는 소재 업체가 없었다. 그나마 제일모직이 편광판을 비롯한 전자 소재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덕을 봤지만 LG화학과 비교하면 한참 뒤쳐진 수준이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LCD 편광판 업체이자 3차원(D) FPR 필름, 유리기판, 인듐주석산화물(ITO) 소재 등 전자 소재 사업에서 광범위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LG화학으로부터 ITO 필름을 구매한 것도 국내 자사 협력사나 계열사 중에서는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계열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용 편광판 등 차세대 전자 소재 사업도 역시 LG화학이 앞서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 그룹이 첨단 소재 사업에 본격 뛰어든 만큼 상도의를 저버리지 않는 선에서 인재 영입은 어쩔 수 없는 시장 논리”라며 “특히 LG화학은 국내 최고 화학 기업이라는 점에서 인력 이탈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 소재 전문 업체들은 국내에서 소재 전문 인력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어서 삼성의 인재 유치 움직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삼성과 LG의 인력 확보전이 달아오르면 자칫 도미노식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