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엔화 하락, 일본산 PET 필름 가격 인상도 소용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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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PET 필름 업체들이 무역위원회 반덤핑조사에 휘말리면서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엔화 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 PET 필름 업체들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 등 일본 PET 필름 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단계별로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산 제품보다 10~20% 정도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가 된 PET 필름은 두께 105마이크로미터(㎛) 이상, 흐림도 15%이하인 투명 필름이다. LCD 백라이트유닛(BLU)에 들어가는 프리즘시트나 확산판 등 광학 필름 원단으로 사용된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침체로 인해 현지 기업들이 한국과 중국으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에서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일본 PET 필름 업체들이 출혈 경쟁에 나서자 SKC·코오롱인더스트리·도레이첨단소재 등은 덤핑으로 제소했다. 최근 무역위원회가 일본산 두꺼운 폴리에스터(PET) 필름 덤핑방지관세 조사에 착수한 배경이다.

미쓰비시·도요보·도레이 등 일본 PET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면서 이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1년 말 12%에서 최근 18%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덤핑 논란이 일면서 일본 업체들은 공문을 통해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소폭 인상은 무의미하게 된 상황이다. 엔화는 올해 내내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10%나 떨어졌다.

일본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집착하는 것은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쓰리엠의 특허 만료 이후 광학용 필름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광학 필름 상당수도 국내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많다. 국내 광학용 PET 필름 원단 시장이 5000억원 규모인 데 세계 시장 규모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광학용으로 사용되는 PET 필름은 일반 포장용 PET 필름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이 시장에 눈뜬 국내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증설해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SKC 등 연간 PET 생산 능력을 20~30%가량 늘렸으며 이 중 상당수가 광학용 PET 필름을 위한 것이었다. 이미 국내 기업들만으로도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다.

일본 기업들이 가격 공세를 펼치자 국내 업체들이 덤핑 제소까지 불사한 이유다. 국내 한 필름업체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겠다고 했는 데 시장에서 느끼는 영향은 그대로”라며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에다 엔화 약세까지 겹쳐 국내 업체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PET 시장 점유율 (단위:%)

자료:업계 추산

끝없는 엔화 하락, 일본산 PET 필름 가격 인상도 소용없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