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2013 스타트업의 빛과 그림자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어두운 법이다. 올해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커지면서 다양한 스타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해외에서도 창조 경제 생태계의 한 축인 스타트업 지원에 대해 관심이 크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 부족한 관련 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큰 숙제다. 내실 있는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이 기조는 더 커지고 있다. 대학마다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 기관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예비 창업자의 목마름을 해결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스타트업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성공률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 지원금 받아 일단 회사부터 차리고 보자`는 식의 창업자 접근 방식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 계약서 작성이나 창업 관련 법률에 대한 지식,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회사를 운영할 정도의 기본적인 재무·회계 지식도 없이 벤처를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술이나 영업만 믿고 창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벤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IT개발자를 더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발자는 창업의 가장 기본 `재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취업 걱정 때문에 컴퓨터공학과가 인기가 없어 개발자 숫자가 줄고 있다. 개발자가 최고 엘리트로 대접받는 미국처럼 개발만 열심히 해도 인정받고 보상받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벤처 3만개 시대, 해외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 정부 지원과 맞물려 가장 큰 변화는 스타트업 창업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다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 수는 2만4645개로 이는 과거 우리나라의 벤처 열풍이 가장 뜨거웠던 2001년 1만1392개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지난해에는 2만8193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이미 3분기에 이 같은 수치를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바야흐로 벤처 3만개 시대다.

정부 지원 사업과 창업경진대회도 많아졌다. 참여 기준도 대폭 완화되어 다양한 연령층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청 `2013 창업실전리그`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더파이오니어` `서울T스타즈2013` 등 다양한 대회들이 열리거나 진행 중이다. 내 달에는 모든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 주도하는 특화된 분야 경진대회들도 속속 열리면서 개발자, 디자이너들에게 다양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2년 간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과 영국·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데 힘써왔다고 보도했다. 구글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클래스팅과 함께한 9개 스타트업이 총 43억원(4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에 스타트업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주는 등 스타트업 대모를 자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롤 모델로 유명세를 탔던 이스라엘 요즈마펀드도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이원재 지사장을 임명했다. 국내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거나 정부, 민간에서 결성하는 펀드 자문에도 나설 계획이다.

◇상금 사냥꾼, 도덕적 해이 논란도 = 시장은 커졌지만 그만큼 스타트업 주체들에 대한 논란도 커졌다. 당연한 수순이다. 우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창업 열풍이 불면서 일부 대학생이 창업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지원 등을 바탕으로 청년기업가 꿈을 키워가는 순수 `창업 준비생`과 달리 이들은 창업을 학점, 외국어 능력, 해외유학 경험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스펙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 최근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심사 기간을 1~2개월로 늘리고 상금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정부 인사가 스타트업 투자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업계 근심이 늘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도전, 젊음, 노력` 등의 긍정적인 단어들이 정부 인사와 엮이면서 사회적으로 안좋은 이미지가 설파될 수 있다는 것. 아직 수사단계지만 정재계 로비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상황은 일파만파다. 한 관계자는 “언제나 정부 지원 자금이 많이 풀리면 관계자들의 도덕적 논란은 늘 존재해왔다”며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도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대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대기업은 기술이 탐나는 벤처 기업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인수하지 않고 `갑`의 위치를 이용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기술자를 빼가거나 사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박진식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이 M&A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생태계 선순환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