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허용 여부를 두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의사협회가 “입법예고 철회 없이 대화도 없다”며 반대 세력을 결집하는 가운데 정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조만간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중소병원협회·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시민단체·노동조합 등과 함께 원격의료 반대 운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원격의료 반대 입장을 밝히고 보건의료계가 함께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의사협회는 오는 9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협의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의사협회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하지 않는 한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거론된 조건부 수용, 대체입법 추진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전면 반대를 고수한다고 못 박았다.
의사협회는 의료전달 체계와 1차 의료기관 존립기반 붕괴, 이로 인한 의료접근성 악화, 의료시장의 혼란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진료가 전면 중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이전부터 입법예고를 전제로 하지 않고 대화를 하자고 얘기 해왔는데 보건복지부가 장관이 변경되는 시기에 일방적으로 입법예고에 나선 것”이라며 “의료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다는 대전제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의료의 본질을 고려하면 원격의료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입장도 완고하다.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계획대로 국회 제출 후 내년 상반기 통과가 이뤄지면 1년 후인 2015년 법이 본격 시행된다. 복지부는 노인·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 제고, 만성질환자의 상시 관리 등을 위해 원격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관련 산업계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최경일 복지부 팀장은 “의사협회와 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상대가 이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간담회 등을 거쳐 가능한 12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허용 관련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입장
(자료: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