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핵심 동력인 과학기술 분야 중요성과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아이디어에서 연구개발(R&D), 성과의 지식재산(IP) 권리화에 이어 사업화까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과학기술 역할이 강조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볼멘소리다. 바로 규제 때문이다. R&D 단계뿐 아니라 성과인 기술사업화, 창업 단계까지 전주기 R&D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어떤 규제 개선이 필요할까. 전자신문은 산학연 분야 전문가와 함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과학기술 규제를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시행을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봤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

◇백양순 한국 IT융합기술협회장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변리사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경제과학벤처부장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경제과학벤처부장)=지난 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R&D) 효율성을 높이는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민관 합동 `과학기술규제개선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추진위가 발족하게 된 배경과 기존 정책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박항식 미래부 과학기술조정관=창조경제 시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R&D를 하고 성과를 기술 이전해 사업화 하는 전주기 생태계 조성을 역점에 두고 있다. 부처별로 역할이 나눠져 칸막이 규제나 법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개선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이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다.

지금까지 과기 규제를 해결하는 정책은 산발적이었거나 연구비, 관리, 행정 간소화 등 R&D 단계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좀 더 폭넓은 것이 필요하다. 사업화, 창업, 인력, 장비, 인프라까지 숨은 규제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고쳐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사회=정부가 앞장서서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지만 숨어 있는 `손톱 밑 가시`가 많다. 실제 산학연 현장이나 과학기술 분야 R&D 현장에서는 규제가 피부에 어떻게 와닿고 어느 정도 심하다고 느끼는가.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산업 R&D는 과거에 비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단일 산업에서 단일 기술을 진보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여러 가지 기술을 융복합하고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기술로 나간다. 지금처럼 한 산업분야에서 한 기술에 대한 규제는 적용되기 힘들다. 융합 분야에서 어려움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규제는 대표적으로 `이것 이것만 된다`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기업이 기술 개발할 때 규제가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당국과 협의해야하고 시간이 많이 지연돼 기술 진보가 늦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는 한 (특정한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김문겸 옴부즈만(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옴부즈만으로 활동하면서 중소기업 대표나 창업자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옴부즈만실에 지금까지 4500여건 규제 민원이 접수됐다. 이중 기술 분야는 500여건 수준이다. 주 내용은 시험검사와 인증분야, 특허 신기술 제품화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R&D 지원 사업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할까. 근본적으로 정부가 기업에 가지고 있는 태도가 `나쁜 기업`에 맞춰져 있다. 기업이 이득만 취하고 편법만 행한다고 생각해 정부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쁜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일부 나쁜 기업 때문에 좋은 기업도 피해 막심이다. 너무 엄격한 규제와 제도 운용이 대표적이다.

◇사회=시험검사, 인증제도가 중소기업 R&D 관련 규제들이 지목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규제들은 없는가.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대학·출연연 등에서 국가 R&D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 R&D 관리제도 등 규제 완화 활동 많이 했다. 그러나 R&D가 개방형(Open R&D)으로 전환되고 융합 R&D를 강조하니깐 이번엔 R&D 윤리성 규제가 다시 생겼다. 완화된 규제와 새로 생긴 규제를 합치니 `제로 섬`이다.

부처별로 규정이 너무 다양하다. 국가 R&D 공동관리 규정을 보면, 19개 부처에서 111개 규정이 있었다. 예산 집행부터 시작해 대학·출연연중소기업이 해당 부처에 R&D 사업 신청하고 수주 받는 과정에서 관리와 규제가 너무 복잡하다.

국가 R&D 관련 규제는 R&D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처 행정 중심으로 맞춰지다보니 전주기적 규제 완화 체감이 안 된다. 범부처 차원에서 규제를 표준화시켜서 규제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백양순 한국IT융합기술협회장=창조경제 R&D 평가는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가야한다.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성과 중심에서 내실있는 연구 관점으로, 시혜적 관점보다는 정책적 관점이 필요하다. IT산업 분야에서 현장 어려움을 점검하면 R&D 사업 평가 위원의 공정성과 전문성 문제도 지적한다. 연구계획서, 서류 작성 등을 평가할 때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있으면 새로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대중소기업 간담회를 하면서 느낀 것은 기업이 규제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규제를 줄이기 위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변리사=처음에 규제를 만들 때는 모두 좋은 의미로 시작한다. 그러나 10~20년 시간이 지나면 원래 목적이 사라지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법률적으로 과학기술과 관련해 19개, R&D 관련 379개 관리 규정이 있었다. 법률보다는 시행규칙이나 내부 행정 지침 중심이다. 각 기관이 자기 편의를 위해 시행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법률 사이에 규제들이 일치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래부에서 개선할 수도 있지만 법률 관련은 법제처가 잘 알고 있으니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인증과 검증이 있으면 수요를 유발하고 발명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융합 발명 관점에서 기준이 여러 개 산재하다보면 어려움을 겪는다. 통합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 과정에서 R&D 이후 성과를 권리화하고 사업화하는 전주기 생태계가 중요하다.

◇사회=생각보다 많은 R&D 현장 규제가 있다. 이번 추진위가 목표로 하는 것이 단순 R&D 단계를 넘어 기술사업화, 창업 등 전주기 규제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R&D 성과 활용에 대한 규제는 어떤 것이 지목되고 있나.

◇김문겸=신기술과 신제품을 강조하는 풍토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나오면 우리나라에는 기준이 마땅치 않다. 시험 검사 기준도 없고 새로 마련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기준 만들어서 인증까지 하다보면 더 이상 신제품이 아니게 된다. 시장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 산업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너무 심하다.

기준과 인증을 담당하는 심사 위원 전문성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즉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다. 시장 전문성과 이해가 안돼 우리한테 꼭 필요한 것을 놓치기 쉽고 우리 시장 판매가 어려워진다. 기술이 발전되면 옛 기술은 사라질 수 있다. 우리 기준은 옛 기술에 맞춰져 있어 R&D를 어렵게 하고 새 산업 등장을 막는다. 갈라파고스 규제다.

해외에서는 이미 택시 상단부에 LED 광고하는데 우리는 못한다. 위치기반 서비스도 막혔다. 위치 기반 연관 제품이 많은데 국가 안보·안전 문제로 막혀있다. 이 논리가 실제로 맞는가 생각해봐야한다. 오히려 해외 구글 어스 등에는 다 나오는 서비스인데 우리나라만 신산업을 막는 꼴이다.

◇박재근=정책과 규제가 혼선을 겪는 부분도 있다. 절실히 규제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없어 산업 성장을 막는다. 지난 정부에서 나노 분야에 많이 투자해 세계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이것을 활용하지 못한다.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상용화하려고 해도 환경유해물질이라고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서둘러 구체적인 기준과 분야를 명확히 나누고 있다. R&D는 엄청 투자하는데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기준선이 없다.

◇조용식=중기와 벤처는 인력과 자본이 필요하다. 고급인력은 대학과 출연연에 있다. 대학·출연연 연구 분야와 중기벤처가 필요한 기술 분야가 따로 있다. 이걸 어떻게 연결시켜주느냐도 큰 과제다. 그러나 대학 교수, 출연연 연구원 성과 평가 기준을 보면 학문적 연구에만 치우진 경향도 있다. 연구 과제도 중요하지만 산학협력 관계나 지식재산 권리화 등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도 고급인력 평가 기준에 넣었으면 좋겠다.

◇유환익=미래부에서 추진위를 만들어 민간 의견을 수렵하고 있다. 8개 부처에서 통합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비춰 고무적이다. 그러나 시작은 거대하지만 항상 미진하게 끝나는 정책이 많다. 이번 추진위에서 몇 건의 의견을 반영하고 몇 건 개선했다는 실적 점검도 필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규제개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가야할 부분이다. 기업이 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산업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시장도 만드는 기회가 돼야한다.

◇박항식=창조경제가 나아가는데 규제 완화는 핵심 사인이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규제가 있으면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규제 완화가 마지막 남은 가시지 않겠나. 과학기술분야 규제는 R&D 규제와 사업화 규제가 있다. 투트랙으로 진행해 추후 종합할 예정이다. R&D 뿐 아니라 기술사업화, 기술이전, 창업 등 전주기적으로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시를 발굴해 나가는 것이 추진위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다. 무엇인 문제인지, 무엇이 고쳐져야 하는지 파악할 때 오히려 의견 수렴이 안될 때가 있다. 거시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을 고쳐달라는 의견을 적극 개진 해달라.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