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정부 산하 한 연구기관 대회의실. 오후부터 열린 `과학기술 분야별 전문가 자문회의` 열기로 후끈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1가구 1지식재산 갖기 운동`의 분야별 후보 아이디어를 선정해 추천된 아이디어 기술의 효율적 소통 방법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운동은 일종의 `창조경제 대국민 붐업 프로젝트`인 셈이다.
문제는 이날 논의된 분야별 사례가 국민 눈높이와 사뭇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예컨대 후보 아이디어로 예시된 기술 중 하나는 `GNSS(위성측위시스템, GPS 등)를 통한 절대 위치와 자동차 간 상대 위치 정보 획득을 통해 정밀한 교통 상황 확인`이라고 기술돼 있다. 과학기술 담당인 기자가 봐도 무슨 소린지 몰라 곱씹게 된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우주 국제공유지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늘어나고 있는 폐기 위성을 처리하는 기술 방안`이 제안됐다. 발상은 가상하지만 일반인을 상대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에는 걸맞지 않다는 게 참석 자문위원의 중론이었다. 물론 아이스 브레이크(Ice break) 차원에서 나열한 말 그대로 `예시`일 수 있다.
프로젝트 취지는 분명하다. 일반 국민 사이에 `창조경제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일부지만, 나오는 아이디어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전문 지식을 요구하거나 세상을 바꿀 중후장대한 것만 고집한다면 문제가 있다. 우주 폐기물을 논하는 자리에, 안 그래도 하찮아 보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느 누가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가뜩이나 전문가조차 창조경제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대국민을 상대로 하는 붐업 프로젝트라면 생활에서 느낀 사소한 아이디어나 불편함을 마음껏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