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게임과 인터넷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중독산업에 넣으려는 것에 대한 산업계와 이용자 반발이 고조됐다. 특히 정부가 게임과 인터넷을 질병코드에 넣으려 한다는 전자신문 보도(10월 24일자 3면)를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 반응을 요약하면 이렇다. 어처구니없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홈페이지에 조기를 걸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협회는 `구한 말 쇄국정책의 2013년 버전`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사실상 사망선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협회는 “해외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산업을 우리 스스로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위”라며 비판했다.
이용자들도 자신을 잠재적 중독대상자로 분류하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쏟아냈다. `그러면 영화, 음악, 만화, 음식 애호가도 중독대상자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보다 게임과 인터넷을 지나치게 많이 접하는 것은 맞다. 지하철과 버스를 탄 사람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만 봐도 안다. 그런데 중독이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코드를 적용하려면 대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려워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한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 사람만 걸리는 중독 질환이 생겼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게임과 인터넷에 지나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문화의 문제기도 하다. 학생과 직장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한 경쟁 속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를 풀 여가 생활을 즐길 시간도, 거리도 부족하다. 그나마 좋은 인터넷 이용 환경 덕분에 게임과 인터넷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심할지라도 기껏해야 과몰입 정도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요인을 살피지도 않고 드러난 현상만 갖고 중독으로 몰아간다. 학문적 검증 작업도 거치지 않고 극히 일부 학자 주장을 따른다. OECD 비회원국도 이렇게 법제화하지 않는다. 정말 입이 아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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