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 CEO리스크 망령 빨리 떨쳐 내야

이석채 KT 회장이 22일 배임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의 사무실과 자택은 물론이고 계열사, 임직원 자택까지 무려 16곳이 된다. 이 회장은 출국금지까지 당했다. 검찰의 센 수사 강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받는 혐의는 부동산 매각과 기업 인수 과정에서 나온 배임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이후 조사를 했지만 KT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며 압수수색을 했다. 이 회장이 정말 배임을 했는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배임죄를 두고 법리 논란이 있다.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KT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고 적정한 대가를 주고받은 것으로 배임이 아닌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믿지 않았다. 어제 압수수색까지 간 이유다. 검찰이 이 회장을 기소하면 배임죄 법리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KT 임직원들은 당혹스럽다. 갑작스러운 일에 회사 전체가 뒤숭숭하다. 지금으로부터 꼭 5년 전 일을 기억하는 임직원도 많을 것이다. 지난 2008년 10월 검찰은 남중수 전 사장 납품비리와 관련해 회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소환 조사를 거쳐 구속했다. 이 회장이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 최고경영자(CEO)가 연달아 외부 힘에 의해 낙마할 위기인 셈이다.

KT에 이른바 `CEO 리스크`란 망령이 따라다닌다. 이 회장까지 불명예 퇴진한다면 KT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 더욱이 정권 바뀔 때마다 CEO가 검찰 수사를 받아 물러나는 기업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국민기업을 자처한 기업에는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KT는 검찰 수사에 충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이석채 회장도 잘못이 전혀 없다면 모르겠지만 만일 조금이라도 있다면 자신으로 인해 KT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빨리 용단을 내려야 한다. CEO가 연달아 구속되는 일이 생긴다면 KT로선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고, 미래 경영에도 큰 짐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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