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표준 정책연구 인프라가 세계 10대 표준강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실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렇다 할 표준 정책 분야 선행 연구조직이 없는 가운데 사회적 관심도 낮아 중장기 표준 경쟁력 발전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표준 분야 경쟁력 순위가 세계 9위권으로 평가받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정책과 제도 영향을 분석하고 중장기 방향을 예측하는 전문 연구기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정부 또는 협회·단체 중심으로 정책 연구가 이뤄지는 해외와 달리 체계적인 연구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표준 업무는 산업부 기술표준원과 산하기관 한국표준협회가 수행하고 있지만 표준 개발과 인증 업무에 국한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제도 선행 연구 조직은 없다. 기표원은 표준협회를, 표준협회는 기표원을 서로 바라만 보는 상황이다.
기표원 내에 기술표준정책국이 있지만 표준정책 총괄 관리와 규제 대응에 그쳐 정책 연구 전담 조직은 없다. 기표원은 표준협회가 부족한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지만 현 표준협회 구조상 쉽지 않다.
KS 인증심사와 교육·컨설팅 사업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표준협회가 비수익 사업에 해당하는 정책 연구 조직을 강화하기는 어렵다. 표준협회는 지난 상반기에야 뒤늦게 표준정책지원팀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만들었지만 배치된 전문 연구원은 고작 2명이다. 아직 정규 조직도 아니다.
세계 3위권 표준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중국표준화연구원(CNIS)을 중심으로 정책 연구를 강화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표준 분야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국가가 지정한 표준기관 또는 민간 표준단체가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표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은 것도 문제점이다. 기표원은 17일 과천 대강당에서 `2013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세계 표준의 날은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것으로 10월 14일 세계 각국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우리나라도 매년 이날 행사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지난 14일 산업부 국정감사로 인해 미뤄졌다. 당초 국무총리가 참석 예정이었으나 국감, 날짜 변경 등으로 인해 총리는 물론 산업부 장관도 나오지 못하고 차관이 참석했다. 날짜가 갑작스레 바뀌면서 서울 시내 행사장을 구하지 못해 급하게 과천 기표원으로 옮겨 진행됐다. 정작 산업부 국감에서는 국가 표준정책에 관한 질의나 지적은 없었다.
국내 한 표준 전문가는 “표준은 나라마다 환경이 달라 고유한 발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표원과 표준협회 간 역할 재조정과 상호 지원을 통해 표준 정책 연구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ISO(분담금, 간사 수임, 정회원 가입 수 등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