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단순한 풀이 아니다....첨단 제품 개발 히어로로 등장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급성장한 OCA(Optically Clear Adhesive)와 OCR(Optical Clear Resin). 이들은 스마트폰에서 터치패널과 디스플레이를 부착하는 첨단 접착 소재다. 이 소재들을 이용해 다이렉트 본딩을 처리하면 공기층을 없애 시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올해 7억71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은 내년에는 9억달러를 넘어서며 우리 돈으로 1조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점·접착제가 첨단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로 떠올랐다. 과거 산업용 접착제라고 하면 합판 등을 붙여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광학·방열 등 여러 특성을 살려주는 만능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전체 시장 규모는 10조원대로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소재 특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종 소재 간 결합과 접착, 기타 복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점·접착 소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첨단 접착제는 경박단소를 요구하는 모든 첨단 전자제품과 자동차·기계 등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로 부상했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에 주로 사용되는 볼그리드어레이(BGA)나 플립칩 방식에서는 접착제 역할이 매우 크다.

접착제 언더필은 반도체 패키지를 기판(PCB)에 붙일 때 사용된다. 언더필은 전기 전도는 물론이고 반도체 다이를 보호하는 기능까지 한다. 주변 온도가 바뀌면 PCB 기판이 미세하게 휘거나 수축하는데 언더필은 이때 회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반도체를 지지해준다. 현재 반도체 패키지 실장용 접착 소재 시장만 연 1조원이 넘는다. 이 시장은 헨켈, 나믹스, 히타치 등 해외의 단 몇 개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와 태양광 기판에 전극 회로를 증착할 때는 접착력이 있는 에폭시를 첨가한다. 전극재로 주로 쓰이는 은(Ag), 구리(Cu) 등 페이스트는 기판에 잘 붙지 않아 회로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때 에폭시를 섞어 접착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다. LED 칩을 세라믹 기판에 실장할 때도 에폭시를 소량 떨어뜨려 부착한다.

연성동박적층판(FCCL), 메탈동박적층판(MCCL) 등을 만들 때에는 어떤 접착 소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방열 성능이 확연히 달라진다. 얇은 동박 사이에 레진을 채워 넣는데, 이 레진이 방열 기능을 좌우한다. 레진의 활용도에 착안해 국내 소재 전문업체인 신아티앤씨는 방열 그라파이트 시트를 아예 뺄 수 있는 LCD용 MCCL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에서도 접착제는 필수다. 자동차 선도장 강판을 접합하기 위해서는 접착제의 성능이 중요하다. 강판끼리는 용접으로 접합할 수 있지만, 도료가 칠해진 강판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도료 강판끼리 붙일 때 고성능 에폭시가 필요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첨단 접착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전문 소재업체들에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은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와 산업용 테이프 전문업체인 테이팩스에 공동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올려 중견기업으로 갓 진입한 정도지만 첨단 접착 소재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포장재에서 전자재료 분야로 발을 넓힌 율촌화학의 성장세도 주목받고 있다. 율촌화학은 전자기기 보호용 점착 소재를 개발했다. IT제품용 이형지와 LCD·PCB 보호필름 사업을 앞세워 매출액이 지난 2007년 266억원에서 지난해 1031억원으로 급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이 13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조한형 한국접착산업협회장은 “건설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전통적인 산업용 접착 시장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하지만 반대로 첨단 접착 소재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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