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에 대해 상반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침해한 특허 종류가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삼성전자 `표준특허`를 침해한 반면에 삼성전자는 애플의 `상용특허`를 침해했다. 하지만 26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거부권을 애플에 적용하는 등 실제로는 `보호무역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표준특허와 상용특허 차이
세계적으로 표준특허 남용에 대해서는 엄격히 견제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도 표준특허 남용 시 반독점법 위반 등으로 더욱 강력히 제재한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도 애플 제품 수입금지를 권고한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표준특허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표준특허에 대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원칙이 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표준특허 침해를 근거로 애플 제품 수입금지를 하기 보다는 프랜드 원칙에 따라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애플의 상용 특허를 침해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수입금지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나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 등은 나올 수 있지만 특허권자의 권리 보호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속내는 `보호무역`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애플에 유리한 잣대를 내세우면서 `자국 기업 보호`, `보호무역주의` 등의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 사건에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미국 정치권과 산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과 로비를 펼쳤다. 또 지난 26년간 ITC의 많은 결정에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던 것을 애플에만 적용한 것도 자국기업 보호 때문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정동준 특허법인 수 변리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번에 애플편을 든 것에 대해 표준특허 때문이었다고 논리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26년 동안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다가 이번에 한 것은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뒷맛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도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를 승인한 결정에 대해 `애플 편들기` 논란을 예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백악관은 이번 결정으로 애플에 줬던 혜택을 삼성에는 주지 못한 셈이 됐다”면서 “한국은 이를 미국 정부가 `편들기`를 한다는 또 다른 증거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에드 블랙 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회장을 인용해 “이번 결정이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을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정부가 애플 제품 수입금지는 전례없이 거부하고, 삼성전자는 수입금지 조치를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두 기업 간 공평한 대우를 바라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부, 미국에 유감 표명
정부는 삼성-애플 특허분쟁을 둘러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엇갈린 결정에 재차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의 유감 표명은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 상호간 특허침해에 대한 미 무역구제위원회(USTIC) 수입금지 명령에 USTR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9일 밝혔다.
산업부는 향후 추이를 보며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다. 자연스레 정부 고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USTR의 이번 결정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 마이클 프로만 USTR 대표와 만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한미 FTA 이행을 점검하는 회의였지만 우리 정부가 연이어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USTR 결정을 주시했다면 보다 적극적인 선제조치를 취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건호·이호준·안호천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