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회째를 맞는 국제반도체대전(i-SEDEX)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전력관리에 특화된 중소·중견기업들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전력관리반도체(PMIC) 전문업체들인 실리콘웍스와 실리콘마이터스다. 두 회사는 전시장에서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에 큰 부스를 차렸다. 전시장 구조 변화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 추세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모바일 시대를 넘어 모든 전자기기가 통신망에 맞물려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이 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배터리 수명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반도체 업계는 지속적으로 용량은 늘리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제는 효율성과 기능성까지 생각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양산을 발표한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SV843T` 제품군을 처음 선보였다. 3D 낸드플래시는 10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자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아 용량을 늘리고 데이터 이동 속도를 빠르게 만든 제품이다. 회로 선폭을 줄여 용량·성능을 개선하던 지금까지의 반도체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꿨다. 초절전 메모리 솔루션인 `DDR4 D램`도 전시됐다. 오후 열린 반도체 시장 동향 세미나에서도 메모리 용량에 관한 내용이 주로 논의 됐다. 장준덕 SK하이닉스 수석은 `메모리 공급의 안정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수급은 더욱 견조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효율성도 당면 과제다. 실리콘웍스와 실리콘마이터스는 지난 5년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팹리스로 급부상했다. DDI로 출발한 실리콘웍스는 PMIC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실리콘마이터스는 디스플레이용 PMIC로 시작했지만 모바일용 핵심 PMIC를 생산하고 최근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발광다이오드(LED) 구동칩도 개발하는 등 전력 계통 반도체 설계 기술을 꾸준히 확대해가고 있다.
이밖에 반도체의 다기능화도 눈에 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선보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반 환경센서, 마이크와 모션센서, 터치센서 등이 주목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팹리스는 `시스템 반도체 페어` 공간을 마련해 부스를 차리고 `잡(Job) 페어`도 진행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