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업주들은 본전 건질 새 없이 신제품에 또 `울며겨자식` 투자
지난해 약 4억원을 투자해 골프존 스크린골프매장을 시작한 A씨는 몇달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장비공급업체인 골프존이 기계 6대를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으로 1대당 3천만원, 총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는데 1대당 수천만원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해 A씨는 결국 업그레이드를 포기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6/482857_20131006162541_527_0002.jpg)
골프존의 `갑의 횡포`로 일컫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과도한 업그레이드 비용이다. 지난 6월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골프존의 갑의 횡포와 관련해 가장 문제 삼은 것도 이 부분이다.
골프존은 부인하지만 매장주들은 골프존이 이해하기 힘든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폭리냐 아니냐`의 논란의 핵심이 바로 이 업그레이드 비용이다.
골프존이 지난해 2월 출시한 최신기기인 `비전(V)`을 보자. 골프존은 기존기기인 `리얼(R)`에서 `V`로 업그레이드할 때 처음에는 2000만원을 요구했다. 이어 2500만원, 또 얼마 안 지나서 3000만원, 현재는 3500만원으로 올랐다.
이 같은 비용 차이에 대해 골프존은 “프로모션 진행에 따른 가격 차이”라고 설명한다. 즉 V가 출시되고 처음 1년은 프로모션 기간이라 업그레이드 비용이 2000만원이었고, 이후에는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 `R`의 연차에 따라 2100만~3000만원까지 차등해 보상판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장주들은 골프존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업그레이드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한다.
스크린골프매장주들 모임인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는 “V로 업그레이드할 때 드는 비용이 1200만~15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협회에 따르면 골프존은 `V` 기기 한 대당 500만~2000만원까지 더 받고 있는 셈이다. 매장주들이 골프존에 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다.
골프존의 과도한 업그레이드 비용 문제는 2011년 1월 출시된 `R` 버전에서도 제기됐다. 기존 `N` 기기에서 `R`로 업그레이드할 때 초기에는 100만~200만원을 요구하다 최근에는 500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골프존은 R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 소프트웨어(SW)만 추가 한 것이며, 교체 가격이 초기 100만원대에서 500만원으로 상승한 것은 2년의 프로모션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SW 가격이 수백만원 하는 것은 SW가 갖는 가치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골프존은 새로운 기기 공급가격이 과도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골프존 영업이익은 증가 추세다. `V` 판매가 전체 판매의 20%를 돌파한 올해 1분기에 20%대로 상승한 이후 계속 높아졌다. 올해 1분기 전체 판매에서 22%를 보인 V는 2분기에 28%로 뛰었다. 덩달아 영업이익도 올 1분기 23%를 기록하며 20%대로 진입한 데 이어 이어 2분기에도 25.4%로 상승했다.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문제가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기존 중고기기를 처분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중고 기기 가격은 보통 처음 구매가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N과 R, V까지 기기당 신제품 판매가는 평균 5000만원이다. 그런데 R의 중고가는 100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R보다 더 오래된 N은 더 낮다.
스크린골프장을 개업할 때 최소 3억원 이상, 평균 5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업주들은 장사가 잘 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2년 이상을 유지해야 본전을 뽑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채 1년이 안 돼 신제품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또 수천만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그레이드를 안 하면 고객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매장주들이 신제품 출시는 물론이고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매장주는 “미리 알고 대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갑자기 신제품을 내놓는 것도 그렇고 업그레이드를 안 할 수 없도록 `강요하는` 분위기도 견디기 어렵다. 손님이 다른 곳에서 신제품을 써본 후 여기에는 없냐고 얘기할 때 그제서야 그 제품이 나온 줄 아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7/golfzone1.jpg)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