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에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주최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린다. 사이버 공간의 국제 규범과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다. 2011년 영국(런던)과 2012년 헝가리(부다페스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갖는 이번 총회는 장관급 포럼으로 역대 가장 많은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가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은 총회 3주를 앞두고 준비기획단을 맡고 있는 유대선 부단장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의 의미와 의의를 듣고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언들을 주고받았다. 세계적인 총회를 개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의견들이 모아졌다.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 이달 개최
지난 2011년 영국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는 사이버공간에서의 경제·사회적 혜택·범죄·테러·안보 등 사이버 분야와 관련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탄생한 국제회의다. 유 부단장은 “사이버 공간의 국제 규범과 모든 이슈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총회 필요성이 제기된 건 사이버 공간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규범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사이버 이슈와 관련한 정부의 규제권한과 강도를 놓고 영미권 국가들과 중국·러시아 진영간 큰 이견을 보여 왔다고 유 부단장은 설명했다.
영미권 국가들은 특정 국제기구 보다 정부, 국제기구, 민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별도의 장에서 우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 측은 사이버 이슈에 대해 국가중심의 논의가 필요하며 해결방안 역시 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각국의 입장 차이를 협의하기 위해 우선 정해진 틀이 없는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해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해 나가자는 것이 바로 사이버총회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회원국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과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는 서울이 세 번째다. 그 위상에 걸맞게 정부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관급 40여명이 참석 의사를 표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산자원부, 법무부, 경찰청 등 유관부처의 파견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기획단을 준비했다.
◇`개방`과 `보안`을 통한 글로벌 번영을 의제로
서울 총회의 큰 주제는 `개방(Open)되고 안전(Secure)한 사이버 공간을 통한 글로벌 번영`이다. 세부적으로는 △경제성장과 개발 △사회문화적 혜택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국제안보 △역량강화 6개의 소의제를 정하고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총회 개최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규범과 `가교역할`을 한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제규범에 대한 영미권 국가와 구 공산권 국가 간 상이한 입장을 조율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도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사이버 분야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우리나라가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유대성 부단장은 “대립이 되고 있기 때문에 (조율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서울에서 도출하는 내용들이 앞으로의 준거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 관한 기본 원칙과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최적 관행을 담은 결과 문서를 도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총회 결과물을 UN, 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 배포하고 사이버 관련 논의 시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총회 주최국간 제도적 협의체제를 구축, 2014년 총회 등 향후 사이버 관련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회로 삼고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와 연계해 중요 정보통신시설의 보호 등 ITU 논의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는 총회 참석 고위급 인사와의 네트워킹, 우리나라의 ICT 산업 기술과 역량을 소개, 국내 IT기업의 해외 진출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세계사이버스페이스총회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 설명이 끝난 후 플로어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먼저, 국제적인 행사를 주관하지만 결과가 분명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준형 경희대 교수는 “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작은 우리나라가 그나마 IT 분야에서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총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갈등을 이번 총회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쟁점만 더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단발성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행사를 마친 후에는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뿔뿔이 흩어져 연속성과 전문성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서울 총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만큼은 우리가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그 전문성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양순 한국IT융합기술협회 회장도 연속성을 강조했다.
백 회장은 “G20회의와 핵안보회의를 경험했는데, 해외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이 IT 분야였다. 우리나라 IT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마련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행사는 경제적 효과가 상상 이상이고 국내 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총회 자체로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내년 부산ITU전권회의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공간의 국제규범을 다루는 사이버스페이스총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갖는 의미와 그동안의 결과, 또 이번 서울 총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이 모임에 참석한 ICT인들로부터 많은 우려를 샀다.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스마트러닝산업지원센터장(미래모임 회장)은 “1% 부족한 면을 말씀 드리고 싶다. 3번째 총회를 하는데 과거의 총회에 대한 결과를 잘 알지 못한다. 또 어떤 성격의 행사인지 ICT인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쟁점들이 없기 때문에 추상적인 선언만 하고 발전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대성 부단장은 그러나 서울총회 개최로 사이버 정책 외교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단장은 “이번 총회는 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드러나는 장관급 포럼인 데다, 기술적인 논의가 아닌 정책적인 논의의 장”이라며 “양자 면담, 다자 면담 등으로 국제 규범을 논의하고 정립해 감으로써 새롭게 떠오르는 사이버 분야 이슈에 대한 리더십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총회에서는 국제안보와 사이버보안, 사이버범죄 의제가 높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밝혀지고 있는 각국의 정보수집 및 감시 문제와 미·중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진 사이버 공격 이슈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이버보안과 국제안보에 있어 다자간 안보 협력 체계 구축으로 전통적 국제안보틀과의 조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