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조근호 이그잭스 대표 "100년 영속 기업 만드는 게 목표"

일흔을 바라보는 노련한 대표이사(CEO)가 회사 창업 40여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공격적 투자와 수요 시장 침체가 맞물린 불운 탓이다. 동년배 CEO들은 느긋하게 은퇴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직원 월급도 못 주고 30%에 가까운 인력을 줄이는 아픔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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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이그잭스 사장(67) 얘기다. 다행히 고통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그잭스는 지난해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수익 구조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때 부채비율이 2000%까지 올라갔지만 올 상반기 300% 수준으로 낮췄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회사 체질도 개선한 덕분이다.

“중소기업은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어요. 그러나 반 발짝만 앞서가면 되는데 한 발짝 먼저 나간 게 문제였어요.”

이그잭스는 최근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 사업으로 주목받는다. 기존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화학소재에 NFC 안테나 사업이 더해지면서 회사 포트폴리오는 한층 더 탄탄해졌다.

“2000년대 초 전자태그(RFID) 산업을 알아보던 중 NFC 기술을 알게 됐습니다. 모바일 금융시장이 커지면 NFC 안테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4년 전 투자를 감행했죠.”

NFC 안테나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회사 임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극렬하게 반대한 것이다. 화학 소재가 주력인 회사가 부품 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조 사장은 모든 반대를 뿌리치고 NFC 안테나 사업을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였다. 지금은 NFC 안테나 사업이 회사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모바일 금융 기술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오히려 한국이 기술과 표준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그잭스가 지금처럼 NFC안테나 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조 사장은 최근 중국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NFC 시장도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소재 사업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이그잭스는 최근 디스플레이 산화물반도체 핵심 소재를 국산화했다. 산화물 반도체는 응답 속도가 빠르고 저전력·해상도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내년부터 산화물반도체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브라운관 화학소재를 국산화하면서 제대로 된 연구개발(R&D)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기술 국산화 사명감이 더 큽니다. 이그잭스를 코닝처럼 100년동안 지속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게 제 마지막 꿈입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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