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OLED 시장 합종연횡 가시화…한국 압박

한국을 추격하는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위해 부족한 기술력이나 자본을 서로 보완하는 합종연횡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장 선두에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뒤쫓으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추세다. 중국의 자본, 일본의 첨단 기술, 대만의 생산 기술은 여러 모델로 결합돼 OLED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다. 대만 AUO는 일본 소니와 기술 제휴를 통해 OLED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07년 세계 최초 OLED TV를 출시했던 소니는 다시 한번 OLED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AUO와 손을 잡았다. OLED TV 생산을 위해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소니는 AUO에 엔지니어를 보내 기술을 전수했다. 그 성과가 올 초 CES에서 내놓은 소니의 56인치 UHD OLED TV다. 이 패널의 기판을 AUO가 생산했다. 파나소닉도 56인치 OLED TV 기판은 AUO로부터 공급받았다.

또 AUO는 중국 비저녹스와 소형 OLED 부문에서 기술 제휴를 맺고 공동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UO는 오랫동안 소형 OLED를 개발하며 사업화까지 성공했으나, 몇 년 간 지속된 적자로 추가 투자 여력이 없는 상태다.

중국의 또 다른 소형 패널 전문 업체인 티안마는 대만의 윈텍과 손을 잡았다. 티안마는 이에 앞서 일본 NEC로부터 각종 기술을 전수받았다. 일본 NEC가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2011년 티안마 모회사인 AVIC 인터내셔널 그룹에 중소형 패널 사업부의 지분 70%를 매각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NEC의 개발자들이 티안마로 옮겨가면서 소형 LCD 패널 뿐만 아니라 OLED 기술력까지 전수됐다.

히타치·도시바·소니의 중소형 패널 사업부의 연합으로 탄생한 재팬디스플레이도 OLED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에서 소형 OLED 패널을 공개하면서 2014년 양산 의지를 피력했다. 자본 확보를 위해 재팬디스플레이는 일본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밝혔다.

BOE나 CSOT도 OLED 사업에 뛰어들면서 미국·일본 장비 기업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본이 중국이나 대만과 협력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중국과 대만도 손을 잡기 시작했다”며 “한국이 장악한 OLE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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