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의 아버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한국이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인정받은 작품은 드문 것 같다. 모바일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달리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이 갖춰져 있으니 더 큰 기회의 창이 열린 셈이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과 달리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한국이 아닌 세계를 겨냥하고 있어 새로운 `게임 강국`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더 큰 기회와 시장이 생긴 만큼 경쟁은 훨씬 치열해져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기존 타이틀 대신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 자리를 놓고 새롭게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바람의 나라`가 온라인 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리니지`가 본격적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할 수 있던 것은 시대적 흐름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를 만들 당시 인터넷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때였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패키지·콘솔 게임을 즐기며 자란 세대여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에 관심을 가졌다”며 “여러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은 나와 넥슨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이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임 강국이 되기에는 부족했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명작`이라 불릴만한 작품은 없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세계적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포켓몬스터`나 `수퍼마리오`처럼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 블리자드 게임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게임시장 역사가 짧고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이 범 문화권으로 통용되기 어려운 특성 탓도 있지만 상업성이 떨어지더라도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성있는 게임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송 대표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을 들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 규모는 세계적이지만 기존 있었던 게임을 모바일로 변환해 내놓거나 인기작과 비슷하게 만든 아류작이 많은 것은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계”라며 “경쟁과 입시교육 위주 풍토에서 작품성과 상업성을 갖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이고 아이디어 넘치는 개발자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로비오`나 `수퍼셀` 같은 회사가 탄생한 것은 이미 수십년간 형성된 현지 국가의 사회·문화·교육 풍토가 어우러진 결과”라며 “도전하는 사람이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 사회 구조, 실패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문화가 안착돼야 개인의 창의성을 독려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송 대표는 장기적 안목으로 시장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의 시장 구조가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당장의 성공과 실패에 급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게임은 1990년대 말 당시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과 같이했고 서비스 지역도 한정돼 있어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게임은 우리가 한 발 늦게 출발했다”며 “글로벌 플랫폼이 있으니 게임을 업로드만 하면 세계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변화와 혁신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거대한 대륙과 인구를 보유한 중국이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어 한국 개발사에 위협”이라며 “장기적으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토양을 갖추고 지나친 경쟁보다는 개인의 창의성을 독려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어릴 때 일본·미국 게임과 만화를 보며 자랐지만 요즘 아이들은 우수한 한국 게임과 만화를 즐길 수 있어 상당히 자랑스럽다”며 “한국의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세계적이지만 무형 자산인 K팝, 드라마, 게임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문화 상품이 됐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에 사회적 관심과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재경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세계최초 그래픽 머드게임 `바람의 나라` 개발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초기시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후 1998년 `리니지`를 개발해 `온라인 게임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손을 거친 바람의 나라는 지금까지 서비스 중인 최장수 게임으로 리니지는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으로 첫 누적매출 1조원을 넘긴 게임으로 기록됐다.

지난 2003년 엑스엘게임즈를 설립했으며 MMORPG `아키에이지`를 개발해 지난 1월부터 상용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시드마이어가 개발한 명작 `문명`을 온라인 게임으로 재해석한 `문명 온라인(가칭)`을 개발 중이며 연내 비공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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