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제커뮤니케이션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유럽에 위치한 코펜하겐은 우리에게 낯익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침엽수림과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아기자기하면서 고풍스런 건물은 도시를 마치 동화속 한 마을처럼 친숙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인 덴마크는 우리에게 햄릿의 배경이 된 지역이라는 사실보다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의 고향`으로 더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조립 장난감 `레고`다. 8개의 돌출 부분을 가진 기본 블록 6개로 1억여 개 달하는 조립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장난감은 비디오 게임기에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창립 이 후 70여년을 성장의 가도를 달려오고 있다.
덴마크 산물인 안데르센 동화와 레고의 성공 공통점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창의적인 진화에 있다. 안데르센 동화는 작가의 경험과 창의력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었고, 이를 연극과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시대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레고 역시 시간을 때우는 어린이 장난감에서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 자료로, 전자식 장난감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창의적 진화 속에는 고객과 소통, 조직원간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미래사회는 남성과 여성의 장벽이 없는 수평 네트워크 시대가 될 것이다. 남성의 근육질에서 나오는 힘이 더는 필요 없는 가운데 각자 자신의 네트워크가 번영과 생존의 열쇠다. 이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개미사회에서 거미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개미에게서 무리를 벗어나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하나 거미에게는 자신만의 그물망을 구축해 오히려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는 탈중앙화와 수평화, 소집단의 활용, 합의과정 등이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으며 이들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연결하고 이끌 수 있는 `소통` 능력이 더욱 필요한 핵심역량이 된다. 그간 유리천장으로 비유되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 장벽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외시, 사시, 행시에서 여성돌풍은 이제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다. 여성으로서 세계를 좌지우지한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수상, 독일의 메르켈 총리, 미국의 힐러리 국무장관 등 롤 모델이 될 만한 인물도 많다.
그간 단순하면서 열정적인 남성 중심의 리더십은 배려나 관계성, 소통과 공감, 협력적인 요소가 부족했다. 피터 드러커가 단언한 것처럼 `21세기는 여성의 세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여성이 지닌 공감과 배려의 리더십이 시대를 관통하는 리더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모두 소통이나 포용, 배려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소통은 훈련과 학습해야 하는 능력이다. 대인관계에 있어 소통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호감`을 키워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거부감 없이 접근이 쉽고 친근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관리해야 한다.
둘째, 배려가 따라줘야 한다. 경청을 바탕으로 한 배려는 소통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타인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해주면 소통의 창은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다. 셋째로 인정이 있어야 한다. 배려만 있고 인정이라는 받아들임 과정이 없다면 신뢰의 균형추를 잡을 수 없다. 소통은 깊은 감성의 교류를 일으킨다. 공유하는 리더십,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은 여성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 여성적 리더십이 중심 가치가 되고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의 행복을 이룰 수는 없다. 여성리더십 학자 샐리 헬게센은 `여성은 사람을 거미줄과 같이 통합해 내는 관계기술을 가지고 있고 카멜레온 같은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복잡해지는 미래사회에 소통을 바탕으로 통합과 직관, 창의적 사고와 유기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여성리더가 많이 배출될수록 안데르센과 레고처럼 지속적인 진화로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는 일류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미성 엔트리컨설팅 대표(msg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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