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 `효율성`에 촛점 맞춰야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현재 우리 연구소만 해도 1인당 연구비가 연간 1억원 꼴입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적은 액수가 아니에요. 최근 우리 연구소를 방문한 불가리아 정부 관계자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최귀원 의공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은 이제 세계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국가 R&D 예산, `효율성`에 촛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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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전체연구비 증감액 중 비목별 증감액 현황

실제로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6위, GDP 대비로는 세계 2위 수준. 하지만 기술무역수지를 보면 그 순위는 23위로 급락한다. 왜일까. 투자 대비 성과가 미미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내놓은 `국가 R&D 사업 관리실태 평가 보고서`를 보면 국가 R&D 예산의 비효율성이 그대로 들어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R&D 사업 중 13개의 예산 대비 성과가 2009~2011년 평균에 비해 감소했다.

R&D 담당 양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27개 사업을 대상으로 2010∼2012년 국내 특허등록 성과 대비 기술 실시 계약 성과를 분석한 결과, 특허등록 건수는 연평균 43.8% 증가했지만 기술 실시 계약 건수는 12.5% 감소했다. 이 중 6개 사업은 기술 실시 계약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예산정책처는 “R&D 사업 전반에 걸쳐 투자의 비효율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 R&D 사업에 대한 예산안 편성 방향과 시정요구 등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돈만 쥐어 주는 지원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차원의 시스템적인 지원으로 효율적 맞춤형 예산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과기계 지적이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문화적 개방도가 떨어지고 국제 활동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한데 반면, 중국은 질적·양적인 면에서 모두 비약적 발전을 하고 있다”며 “중국 쑤저우 지역에 설립한 콜드스프링하버아시아와 같은 기관은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학회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도 국제 연구 활동이라는 얘기다.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지닌 그룹을 많이 배출하고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학회 개최와 연구 기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정창덕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돈만 퍼준다고 하루아침에 국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세계 과학기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R&D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최근 관련 예산의 유사·중복 부문을 꼼꼼히 따지는 모습이다. 미래부는 내년도 예산 집행시 ICT 분야와 중소기업 지원 사업 간 유사·중복성을 검토, 해당 사업의 폐지를 유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40억원이 집행됐던 `방송통신미래혁신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은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이상목 미래부 1차관은 “부처 간 또는 부처내 유사·중복 부문을 해소,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였다”며 “중복사업의 범위조정과 사전감액, 기존사업과 유사한 신규사업 미반영 등으로 총 1857억원의 예산을 절감시키겠다”고 말했다.

2012년도 전체연구비 증감액 중 비목별 증감액 현황

내년도 국가 R&D 예산요구 현황(단위: 억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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