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소프트웨어(SW)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단연 `사람`이다. 1인 혹은 소수 인력만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분야가 SW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SW를 꼽아 산업 활성화에 시동을 거는 지금, 실제로 SW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어떤 환경에 있고 어떤 바람이 있을까.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란 무엇일까.
각기 다른 영역에서 근무하는 네 명의 실무자에게 SW라는 공통 화두를 던졌다. 황병훈 SK C&C 기술혁신본부 솔루션개발팀장, 이용재 티베로 DB 연구1실 아키텍처팀장, 백현석 나모인터랙티브 품질관리팀장, 이수명 아르고넷 연구소장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같은 질문에 답했다.
◇SW는 창조경제의 핵심…개발자 처우는 `열악`
SW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SW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핵심 분야라는 게 공통 주장이다. 특히 SW의 무한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백현석 나모인터랙티브 팀장은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그려낼 수 있는 `캔버스`로 SW만큼 적절한 게 없다”며 “한 예로 카카오톡이라는 단순한 스마트폰 메신저로 우리가 마켓을 형성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처럼 SW는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황병훈 SK C&C 팀장은 “아무리 잘 만든 하드웨어(HW)도 SW가 있어야만 새로운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SW는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대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열쇠며, 우리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W 개발자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양한 해결 방안이 거론됐지만 개발자 가치를 인정하는 생태계·분위기 조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수명 아르고넷 소장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SW 개발자가 없으면 구체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발자는 크게 중요하지만 근무 여건은 많이 열악하다”며 “근무 여건이 프로젝트 발주처에 휘둘리는 게 문제로, 새로운 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어 초급 개발자들만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현석 팀장은 “SW 기술자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줄어들 때 개발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모바일 앱 개발자는 한 프로젝트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프로젝트 성패에 개발자 운명이 달라진다는 불안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급선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사업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최우선 과제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SW 개발자 처우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국산 SW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재 티베로 팀장은 “국내 SW 업계는 외산 독점이 심각한 상황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산 SW 사용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며 “핵심 SW 국산화가 이뤄져야 관련된 수많은 국산 솔루션업체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SW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평가는 틀리지 않다”며 “SW 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스스로 만든 결과로, 저가 입찰 구조 타파와 프로젝트·SW 규모 변경에 비례하는 비용 산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SW 대가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결코 해결이 쉽지는 않다”며 “하나의 SW를 개발해 여러 수요처에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W 기업은 용역 수행 후 이를 사업으로 계속 연결할 수 없는 게 현실로, 발주기관이 산출물의 저작권 소유를 주장하기도 한다”며 “정부는 SW를 직접 개발하기보다 각 기관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공개해 여기에 맞춰 기업들이 SW를 납품할 수 있게 하면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지금은 국민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SW를 유료로 구입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불법 SW 유통을 최대한 막고 좋은 아이디어에 특허권 부여 등으로 가치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는 “수출에 달렸다”
포화 상태인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이견은 없었다. 기업의 노력이 우선이지만 정부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내 SW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는 것 역시 해외 진출을 위한 선결과제로 지적됐다.
황 팀장은 “SW 수출은 부가가치가 크며, 특히 솔루션·서비스는 인력에 비례해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며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기획이 시작돼야 하며 불특정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할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할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국내 SW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며 특히 국내 시장을 장악한 외국계 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업계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세계 유수 SW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차원의 정책이 잘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해외 진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SW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수출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소장은 “국내 SW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과 영어에 능통한 개발자 부족이 수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산업을 무작정 보호하기보다는 국산 SW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 SW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영어를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해외 공개 SW 커뮤니티에 참여를 지원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물소개(가나다순)
△백현석 나모인터랙티브 품질관리팀장
대학교에서 SW 공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의료 SW, 웹 관련 프로젝트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모바일 앱 개발 부문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수명 아르고넷 연구소장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퇴사 후 SW 교육을 받고 1999년부터 SW개발자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공개SW 검색엔진 루씬에 적용되는 한국어형태소분석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용재 티베로 DB 연구1실 아키텍처팀장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티베로에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메모리 저장 구조와 티베로 질의 처리기 설계·개발을 수행했다.
△황병훈 SK C&C 기술혁신본부 솔루션개발팀장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시스템통합(SI) 솔루션 개발·지원 등을 수행했다. SK C&C의 `넥스코어` 제품군 솔루션 개발, 기술지원 등을 담당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