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수영 교수팀 세계 최초 `분자 픽셀` 소재 개발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분자 픽셀 소재를 개발했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 관련 산업 기술 개발에 적용 가능해 차세대 조명·바이오 이미징 등 관련 산업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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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연구팀은 분자 단위에서 자유자재로 총천연색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바이오 이미징 등 광전자 응용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TV나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빛의 3원색(RGB)을 섞어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전자기기에는 RGB를 발광하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컬러 픽셀을 이용한다.

이 때 일반적인 분자는 서로 다른 발광 물질이 섞이면 청색에서 녹색, 녹색에서 적색으로 순차적인 에너지 전이가 발생해 결국 적색광만 추출된다. 백색이나 다양한 색을 내는 발광분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구조의 분자를 합성하거나, 최종 응용단계에서 복잡한 적층구조로 구성된 소자를 만들어야만 했다.

박 교수팀은 `들뜬 상태 분자 내 양성자 전이(ESIPT)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물질은 빛을 흡수하는 기저 상태와 빛을 내는 들뜬 상태에서 양성자가 이동해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질 때, 그 변화가 수십에서 수백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 주변 분자와 에너지를 주고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서로 다른 발광분자끼리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발광을 유지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제 분자 수준에서 정확한 가법 혼색을 적용해 발광색을 구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며 “나노 픽셀과 같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조명은 물론, 보안 인쇄, 바이오 이미징과 센싱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돌파구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이미 2009년에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청색과 황색 발광체를 하나의 분자로 묶어 농도나 물질의 상태에 관계없이 백색광을 내는 분자를 세계 최초로 연구해 당시 미국 화학회지의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연구성과는 지난달 미국화학회지와 뉴사이언티스트에 소개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