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주 밀양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말이 휴가지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되돌아보면 지난 5월 원전 불량부품 사태부터다. 에너지 이슈가 장관의 휴가 계획을 바꿀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그때 프랑스에서 OECD, WTO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할 때부터 윤 장관의 행보와 구상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장관으로 내정되자 “통상, 산업, 자원을 모두 아우르는 실물경제 정책을 추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던 그다. 길게 봐야 하는 통상은 그렇다 쳐도, 산업 분야는 취임 초기 동반 성장과 투자 활성화를 화두로 달려 나간 이후로는 점점 존재감이 떨어진다.
윤 장관만 탓할 일은 아니다. 장관이 첨예한 현안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산업부가 지닌 구조적인 불균형이다.
산업부라는 약칭을 쓰면서도 자원(에너지)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자칫 잘못하면 `100(산업부)-1(에너지)=99`가 아닌 `제로`가 될 수 있다는 2011년 정전 대란 트라우마가 지배하는 내부 분위기 탓이다. 그렇다고 부처를 갈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장관에게 밀양이 아닌 산업 현장을 찾으라고 억지를 부릴 상황도 아니다.
방법은 하나다. 산업 분야에서도 `사고`를 치면 된다. 원전 중단 같은 사고가 아니다. 혁신적인 정책으로 타 부처와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형 사고가 필요하다.
산업부 모 인사는 “몇 년간 파견갔다가 복귀하니 산업 관련 직원들이 너무 공무원답게 일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안정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걱정과 반성에서 나온 말이다. `이열치열`이 뭐 있겠나. 치열한 경쟁과 혁신이 필요한 때다. 물론 직원들이 제대로 한 방 날릴 수 있도록 멍석을 까는 것은 윤 장관의 역할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