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중력을 이긴 스포츠스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헤라클레스` 장미란 선수는 너무 달라 보인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과 성인 남자도 들기 어려운 바벨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역도라는 종목 차이가 크다.

Photo Image

하지만 두 사람은 중력을 이긴 스포츠 스타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인간 능력의 한계 중에서도 특히 중력과 싸운다. 한 사람은 필사적인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체중을 줄여 더 높이 뛰어야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어 더 많은 무게를 들어야 한다.

빙판 위에서 발레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를 보고 있노라면 중력을 잊을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트리플악셀 등 회전 과정에서 선수의 동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수학교과서에 김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사진과 함께 악셀 점프의 각도를 구하라는 문제가 실리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가 점프를 하기 직전 팔다리를 크게 벌리는 것은 회전을 위한 각운동량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함이다. 이어 공중에서는 팔다리를 몸에 붙여 각을 줄여 체공시간 동안 빠른 회전이 가능하도록 한다. 내려올 때는 다시 팔다리를 크게 펼치며 관성으로 인한 힘을 순식간에 분산시킨다. 특히 팔다리가 긴 김 선수의 체형은 빠른 스피드를 내는데 최적의 조건이다.

은퇴를 했지만 장미란 선수는 세계 역도 역사를 새로 썼다. 장 선수의 최고기록은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이다. 역도는 올림픽의 기원에도 등장할 만큼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다. 인류 역사와 함께 물체를 들어올리는 힘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한때 인간은 자신 체중의 세 배 이상은 들 수 없다는 속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불가리아 출신의 한 선수가 실제로 그 이상 무게를 들어 보임으로써 깨졌다. 물론 체중이 60㎏ 이상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역도는 바벨을 들어 올린다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고도로 집중화된 운동역학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바벨을 몸에 최대한 가깝게 붙여 이동시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좌우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순식간에 빨리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바닥을 내리 누르는 동작도 중요하다. 이는 제자리 점프 동작과 유사하다. 바벨을 잘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과 바벨의 중심을 최대한 가깝게 해 빠르게 이동시켜야 한다.

스포츠에 과학을 적용하는 방법은 이제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체육과학연구원(KISS)을 두고 있다. 운동역학은 물론이고 생리학, 멘탈까지 연구한다.

물론 과학연구는 만능이 아니다. 선수가 높이 뛰거나 무거운 중량을 들기 위해서는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근력이나 균형감각 등 운동능력이 필수다. 이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거친 담금질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처럼 스포츠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가끔 운동선수들의 활약을 감상할 때 그들의 기록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과학은 물론이고 그들이 흘렸던 땀까지 상상해보자.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