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 글로벌시장서 해법을 찾다]<9>취재기자 방담

5개월에 걸쳐 해외 국가들의 전력민영화 시장을 기획취재한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기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프랑스, 영국, 일본, 호주, 미국 6개국 전력산업 현장을 취재하며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는 기사 지면에 실은 이야기보다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고 고민할 거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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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해외 국가들의 전력민영화 시장을 기획취재한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6개국 기획취재를 통해 지면의 한계로 소개하지 못한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놨다. 본지 그린데일리 기자들이 기획탐방 취재기사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전자신문이 지난 3월부터 해외 취재로 연재한 `전력거래, 글로벌 시장서 해법을 찾다`는 전력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의 현주소와 풀어야 할 숙제를 되짚어보고 최선의 방안을 찾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해외 전력민영화 산업을 이해하고 이를 우리나라 전력산업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분명 거대 담론이었고 보다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번 해외취재가 전력난과 왜곡된 요금체계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작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는 점에 동감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자리에서 특별취재팀이 미처 지면에 담지 못했던 뒷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사회(김동석 부장)=장장 5개월에 걸쳐 진행한 `전력거래, 글로벌 시장서 해법을 찾다` 시리즈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함봉균 기자=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가동 정지됐다. 일본 전력회사 경영난이 심각해 분위기가 무거웠다. 도쿄전력 등 일본 전력회사는 임금을 20~30% 삭감했다. 또 발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변경하면서 전력 생산비용이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민간전력회사 접근이 어려웠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미 많은 언론사에 뭇매를 맞은 터라 예상은 했지만 심각했다. 일본 전력회사 당사자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듣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윤대원 기자=함 기자처럼 섭외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우리가 던진 질문의 수준이 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에게 민영화는 이미 과거 이슈다. 우리가 하는 질문에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1970년대 수준이라면 영국은 이미 2000년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모든 전력산업은 시스템화돼 있어 전력민영화 질문이 그들에게는 초보수준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조정형 기자=전력이 풍족한 싱가포르 전력 관계자들은 우리의 관심에 일단 놀라는 눈치였다. 싱가포르 전력청 역시 취재 일정을 잡을 때 자국 언론사도 취재를 오지 않는데 왜 한국 언론사가 취재하려는지 의아해 했다. 이를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최호 기자=미국의 전력산업 구조는 넓은 국토 면적 탓에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다. 발전, 송배전, 판매 전 부문에 경쟁을 도입한 주가 있는 반면에 여전히 주정부가 수직통합하고 있는 주도 있다. 인구, 발전원 등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다. 다양한 전력산업 구조 논의를 할 수 있는 반면에 특정 구조가 반드시 최선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동석 부장=호주광물에너지관광부 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호주는 지난 1995년 전력민영화가 시작됐지만 구체적 전력정책 공개를 꺼렸다. 특히 전력민영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이를 수용할 국민 반응에 좀 더 추가 취재가 있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행인 것은 호주전력소비자연합회장 인터뷰에서 호주 국민이 느끼는 전력요금 체감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국가별 전력민영화 과정이 많이 달랐다. 해당 국가를 방문하기 이전과 방문 후 해당 국가의 전력산업서 사고의 틀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호=미국 PJM 관할 전력시장(도매)이 가장 훌륭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많이 봤다. 실제로 안정적 운영으로 해외에서도 수많은 전력관계자가 탐방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전력관계자들은 다양한 도매시장이 저마다 특성을 갖고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특정 시장 모델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주별로 시장상황와 소비자 사용행태가 다른 만큼 특정 모델이 옳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윤대원=출장 전 한국에서 확보한 영국의 전력시장 자료는 이들에게 역사책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옛날 이야기였다. 현지 관계자는 최근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방문판매, 요금, 원자력 등이 논의대상이었다. 현지에서 민영화 얘기는 이미 끝난 것이고 그 이후의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와는 너무 많은 차이가 있었다.

▲김동석=비슷한 이야기다. 우리가 보고서로 파악한 내용은 사실상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 관계자와 소매업체를 만나 확인한 사실이지만 호주가 주정부 재정자립도를 높이고자 전력민영화를 도입한 것도 특이했다.

▲함봉균=일본 전기요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국민 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다섯 배 수준인 전기요금을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일본 전기요금은 총괄원가제를 바탕으로 책정된다. 전력회사가 전기생산에 투입된 원가를 모두 더한 후 일정 수준의 이윤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정한다. 요금 책정구조가 투명하다 보니 국민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박태준=우리나라 전력시장에 경쟁구조가 도입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프랑스 취재를 계기로 정부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발전부터 신재생에너지원 확보, 그리고 송배전 망 확충 등 정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프랑스 정부는 민간 대상의 가격적 혜택보다 에너지 안보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조정형=싱가포르 전력시장을 취재한 뒤 민영화 작업도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물론 싱가포르의 단계적 개방이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우리보다 국토면적도 좁고 총 전력공급량도 10%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통합이든 민영화든 그 결과보다는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전력민영화는 국가별 이슈였다. 전력산업을 시장경쟁체제로 이끌고자 기존 사업자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 국가별로 전력민영화 사업을 추진할 때 주목할 점은 무엇이 있었나.

▲함봉균=일본의 각 지역 최대 기업은 대부분 전력회사다. 지역 국회의원이라든지 지역 민심이 전력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시장경쟁체제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전력회사는 정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올해 발표한 5차 전력시장 자유화 계획의 송배전 분리와 일원화가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력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중앙정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따라가기는 하지만 내심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윤대원=영국은 대처정권이 전력산업의 난항을 타개하고자 추진했고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로 분할되거나 매각했다. 일반 국민은 전력 분야 주요 업체 주식을 대부분 갖지 않고 있다. 컨슈머 포커스에서 한국에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국민이 주식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충고했다.

▲최호=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전력시장에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민간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이 과정에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고 사업자와 소비자 보호정책이 자리 잡았다. 캘리포니아 시장은 대표적 실패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민영화 과정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현재 미국 전력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셰일가스 생산 이후 유연탄발전소 비중이 감소하고 가스발전소 비중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가격 변화가 관심사다.

▲박태준=프랑스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했고 2016년이면 전력시장 완전개방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공급능력을 확보한 기업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야 시장원칙에 맞는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고 정부 규제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석=호주의 전력민영화는 시장경쟁체제라기보다는 주정부 재정 자립도를 확대하고자 시작됐다. 일반 기업이 발전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문제점도 나타났다. 판매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곳에 전기 판매를 하지 않으면서 국민 불편이 나타났다. 연방정부는 이를 해결하려 판매회사와 주정부가 운영하는 규제기관을 만들었다. 매월 1회 규제기관 회의를 열고 국민 편의를 우선하는 소매요금제도 개편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정형=싱가포르 전력민영화는 전력공급 확대에서 시작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전력공급력이 필요해지면서 발전시장을 민간기업에 개방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이 풍부해 신규발전소 건설을 지연할 정도다. 특이한 점은 계약거래제도 활용법이다. 계약거래는 최근 우리나라 전력거래 시장에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상승하는 전력가격 안정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다면 싱가포르는 신규 발전사가 일정 부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전장치로 도입했다. 같은 제도지만 활용법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사회=우리나라는 전력산업이 국가 독점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가상승 부담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저렴한 요금체계를 갖고 있다. 전력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요인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소비자 민심은 어떠했나.

▲윤대원=영국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요금인상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이었다.

▲조정형=싱가포르 국민은 전기요금에 민감하지 않았다. 사업장이나 사무실 요금고지서와 달리 일반 가정용 요금고지서는 수도요금과 합쳐져 나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전 캠페인과 절전 규제를 흥미로워했다. `복지차원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하자 `전기를 편히 쓸 수 있는 것이 복지 아닌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기를 판매해야 하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적자에 관심이 많았다.

▲최호=미국 펜실베이니아 공공위원회를 찾았을 때 가드너 위원장은 “전기요금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왜 국민이 불만을 갖나. 소비자 요금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왜곡하는 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요금체계가 갖춰져 있고 왜곡요인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규제기능이 작동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 지역 주민의 요금 불만은 공식적으로는 없었다. 오히려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작동하고자 가격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김동석=호주도 풍부한 자원에 비해 전기요금이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은 크게 없었다. 높은 전기요금은 정부에서 교육, 건강 분야로 투명하게 재투자된다고 믿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전기요금 고지서도 흥미로웠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월 평균 요금이 표시돼 자신의 전력사용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난달 대비 옆집 가정과 비해 얼마나 썼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함봉균=일본은 지역 전력회사가 독점하면서 총괄원가제를 기반으로 소비자요금을 책정했다. 그 결과 전기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문제를 해결하려 전력시장자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력시장자유화로 전기요금인상을 억제하면서 소비자 민심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박태준=프랑스 국민은 전력 판매회사를 교체하며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요금이 줄어들기도 하고 전기절약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민영화가 본격화되고 스마트그리드체제를 갖추면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우리나라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움직임이 있다. 전력민영화와 관련해서 정부와 민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박태준=프랑스 관계자는 “전력시장이 바뀌어도 당장 무엇인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말라. 가격은 초기에 상승하겠지만 가격문제보다 에너지수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에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수급 균형이 맞는 시장을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함봉균=이제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전력산업 민영화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것에 달갑지 않다. 하지만 전체 에너지산업 관점에서 봤을 때 석유,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전기에 불공평한 지원이 이뤄져 시장이 왜곡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기 생산 단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적합한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휘발유·경유에는 100%에 달하는 유류세를 부과하면서 전기는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

▲윤대원=요금이 싸다 보니 생기는 문제는 에너지 과소비, 에너지 안보 불감증이다. 원가 이하 전기를 공급해 산업이 성장했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론 전력민영화가 전력요금 폭탄과 안정적 전력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부작용을 잘 극복했다. 특정 국가 모델을 그대로 베끼기보다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적 전력민영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조정형=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발전만 개방하고 판매는 막아버린 지금의 소매시장은 빈 주머니를 채우려 도매시장의 주머니를 터는 방식과 같다. 발전사의 투자 의욕을 꺾을까 우려스럽다. 매번 캠페인과 규제로 전력피크를 넘기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전력당국은 내년 하반기 정도면 전력수급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지역민심과 갈등이 고조돼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전소 중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 것이 몇 개일지 궁금하다. 발전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지을 곳은 많지만 지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김동석=`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낮다`는 말이 있다. 전력민영화를 피할 수 없다면 방법을 찾는 혜안이 필요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전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요소를 끌어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한해 민영화를 한다든지 하는 단계적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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