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창조적 가치를 키우자]<3>기능성게임 성공모델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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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게임은 재미에만 빠지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교육열이 높은 사회·문화적 특성 상 게임은 청소년의 대표적 또래문화이면서 공부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인식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집중을 통해 흥미와 원하는 결과를 함께 얻는 게임도 있다. 게임으로 공부를 하며 지식을 얻고, 게임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할 수도 있다. 의료, 국방, 기업, 환경, 사회, 교육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게임을 응용해 목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획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쓰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은 특정한 기능에 게임 본연의 `재미`를 부여해 해당 목표를 쉽고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임이 주는 재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특정한 기능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기능성 게임 선진국은 단연 미국과 유럽이다. 1970년대부터 기능성 게임 시장이 태동했으며 의료, 국방, 교육,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성 게임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틈새시장 정도에 그친다. 1990년대부터 교육업체를 중심으로 교육용 앱이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정부가 2008년부터 관련 지원을 시작했다. 각 분야별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돼 있고 기능성 게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서구권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능성 게임 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분야도 교육과 공공 부문에 치중돼 있다. 온라인 게임 시장 종주국이지만 기능성 게임 부문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처럼 기능성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저조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불분명한 점 등 난제가 많지만 의미있는 작품들도 다수 등장해 발전 가능성은 높다. 교육열이 높은 국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교육 분야의 기능성 게임이 많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도 다수 나왔다.

PC온라인 위주였던 기능성 게임 시장에 새롭게 모바일 시장이 등장하면서 기능성 게임 제작·유통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긴 것도 긍정적이다.

◇게임하며 꿈꾸는 더 나은 삶

영어를 중심으로 한 교육 부문에 치중했던 우리나라 기능성 게임 시장은 다양한 분야의 유아교육, 장애인 교육, 환경, 의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능성 게임 부문의 신생 개발사인 트리플래닛(대표 김형수)이 만든 `트리플래닛`은 게임으로 가상 나무를 키우면 이를 세계 각지에 실제 나무로 보내 숲을 조성할 수 있어 새로운 사회적 기부를 유도한다. 게임으로 나무를 키우고 세계 각 지역 중 나무를 보내고 싶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 후원 기업의 광고 아이템을 사용해 나무를 키우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지금까지 트리플래닛으로 조성된 숲은 전 세계 8곳에 이른다. 실제 심은 나무는 23만5680그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남수단 톤즈 1375그루, 몽골 토진나르스 태양의 숲 23만그루 등 나무가 절실한 해외에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손길이 닿았다.

게임 강국답게 게임 개발력과 기능성 게임을 결합한 시도도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인지·지적 장애 아동의 생활을 돕는 태블릿PC 기반 게임 `인지니`를 개발하고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지적 장애 치료 가능성에 대한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AAC`도 개발 중이다.

블루클라우드(대표 권선주)의 `병원놀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유아용 교육 앱이다. 아이들이 즐겨하는 역할놀이 중 병원놀이를 아이패드용 기능성 게임으로 구현했다. 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알려주고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 장기간 병원에 드나들어야 하는 장애아동이나 아동 환자들에게 유용하다.

유니아나(대표 윤대주)는 치매 예방을 위한 게임으로 아케이드 게임 `젊어지는 마을`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노인의 시·청각을 자극해 인지기능을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콘셉트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세대를 위해 친숙함을 더했다.

보드게임도 교육용 기능성 게임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후원으로 지난 2011년부터 `교육 기능성 보드게임 지도자과정`을 개설·운영 중이다. `해트릭스` `젬블로` `셈셈` 등 교육 목적으로 개발된 게임을 교사가 수업 과정에 적용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능성 게임 효과 확산을 통한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우리나라 기능성 게임 시장이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각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도출하고 있다.

세계 기능성 게임 시장에서 손꼽는 성공 사례 중 하나는 피엠카토컨설팅의 `리미션(Re-mission)`이다. `게임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콘셉트의 이 게임은 세계 81개국으로 20만 카피가 팔려나갔다. 소아암을 앓는 10대 청소년이 주 대상이다.

리미션은 환자가 게임을 하면서 병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를 기르고 화학요법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암환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암에 대한 지식을 쌓고 힘든 항생제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파멜라 카토 대표의 설명이다. 치료 뿐 아니라 음식 섭취에 대한 중요성과 절제의식도 길러준다.

파멜라 카토 대표는 “기능성 게임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고 게임의 재미요소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야 효과를 발휘한다”며 “기능과 재미 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렵기 때문에 늘 양쪽간 균형을 맞추는데 애를 먹는다”고 개발 소회를 밝혔다.

또 “일반 게임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재미있는 기능성 게임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기능성 게임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온 만큼 효과를 입증하면 더 많은 영역에서 기능성 게임을 개발·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토 대표는 “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기능성 게임을 모바일로 제작할 계획”이라며 “한국은 모바일 게임 강국이므로 개발사들이 모바일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갖는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피엠카토컨설팅은 최근 세계적 제약업체 얀센과 함께 `플랜 잇 커맨더(Plan-It Commander)`라는 어린이용 기능성 게임을 선보였다. 8~12세 어린이의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고안한 소셜 게임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