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갤럭시S4, 한국 제조업의 불안한 단면

“LG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빨리 성장해야 후방 산업군이 산다. 지금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의 승자 독식 구도가 이어지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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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말들을 듣기 시작한 게 1년쯤 됐나 보다. 스마트폰 시장, 나아가 제조업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던 우려였다. 기우였기를 바랐지만 요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갤럭시S4` 판매량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다. `아이폰5`의 저조한 성적표와 마찬가지로 메가히트 모델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다소 성급한 진단도 나온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바라보며 일렬 종대로 늘어선 후방 소재·부품 산업군이 받는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스마트폰 시장 절대 강자임에 틀림없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급망(SCM)에 포진한 후방 산업군은 덩달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양사의 생태계 전반이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면서 제조업 경기 여건에 착시 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갤럭시S4부터는 이상 징후가 포착된다. 소재·부품 협력사들은 이미 가동률 조절에 들어갔다. 극히 드문 사례라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S4용 초도 주문량을 재고로 떠안았다고 한다. 협력사들에겐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4에 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리라. 더 큰 걱정은 앞으로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탄탄대로 순항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당수 협력사들은 급증할 수요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키운 사실상 전용 라인을 구축했다. 만에 하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흔들린다면 협력사들은 급박한 처지가 될 수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부러움을 샀던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갑작스레 위기를 염려하게 됐을까. 결론부터 보면 초지배적 시장 지위에 올라선 삼성전자의 SCM에 깊숙이 편입됨으로써 예견된 숙명일지 모른다. 지난해까지 소재·부품 수급난에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자체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갤럭시S4를 앞두고 삼성전자로선 협력사들에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투자를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반강제나 진배없다. 협력사들 입장에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삼성 불패 신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후방 생태계로선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극심한 시장 쏠림은 그 생태계에 발 담근 이들에게 당장 달콤한 약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산업 전반에 잠복한 뇌관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협력사들은 우리나라 제조업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는 거대 생태계다. 그 곳에 사소한 균열이 온다해도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시장에 등장한지 채 몇달 안된 갤럭시S4를 놓고 다소 과장되고 섣부른 억측을 나열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원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법이다.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일은 삼성전자 생태계에 속한 수많은 협력사들의 당면 과제다. 선도 기업 스스로도 부메랑을 맞지 않으려면 줄 세우기가 아닌, 후방 산업군과 동반 성장하면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좀 더 고민을 쏟아야 한다. 그 몫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