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분화 전략에 제조 경쟁력 약화 우려
삼성전자가 `알렉산더 딜레마`에 빠졌다.
알렉산더 딜레마는 핵심 역량 유지와 시장점유율 확장 사이의 긴장을 뜻하는 경영용어다. 알렉산더 대왕은 큰 전쟁에서 잇따라 승리한 후 피로가 쌓인 군대를 쉬게 할 것인지, 새로운 전쟁을 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알렉산더 대왕은 전쟁을 계속해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그가 죽고 난 후 대제국은 금세 와해됐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4 판매 부진으로 하반기 지역 모델수를 늘리는 세분화 전략을 택했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시장 세분화 전략이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인 제조 경쟁력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자리 잡는데는 제조 역량이 큰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가장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다. 애플은 한 모델을 개발하는데 8개월 이상 걸리지만, 삼성전자는 3개월 만에 가능하다. 부품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개발부터 생산까지 가장 빠른 리드타임을 구축한 덕분이다.
알렉산더 딜레마는 갤럭시S4 부진 탓에 불거졌다. 메가 모델 전략에 맞춰 생산 시스템을 최적화했는데, 하반기 전략이 급변하면서 판매와 제조간 불협화음이 생겼다. 삼성전자는 당초 2분기 갤럭시S4 판매량이 28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당초 목표치보다 20% 가량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하반기 4.6인치, 5.8인치, 6.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에 집중했다. 베트남 제2 스마트폰 생산 거점 타이응웬 공장은 완전 무인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 모델수가 많아지면,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규모의 경제 효과는 커녕 손해가 더 크다. 여러 모델을 자동화 라인에 올리면 수율이 떨어지고 비용만 올라갈 뿐이다.
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 수익성도 악화시킨다. 협력사는 여러 종류 부품을 만들면 생산성이 떨어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삼성전자도 협력사에 판가인하 압력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없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자동화를 하려면 최소 1000만개씩은 생산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단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핵심 역량을 가다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