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미래]여성CEO는 희망이자 미래

`매출은 인격이다.` 내가 가끔 듣는 건배사다. 건배사에도 녹아 있듯이 이익 창출을 목표하는 기업인에게 매출 가치는 인격만큼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건배사는 13년간 기술개발과 제품 완성도에 공을 들이며 적은 매출의 중소기업 사장으로 살아온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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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국내 최초로 디켄터(Decanter, 상징수 배출장치)를 개발해 사업을 시작했다. 수입 대비 절반 가격, 에너지 소비량 10%, 수입대체, 친환경 등을 내세우며 대박을 꿈꿨다. 오랫동안 직장생활 경험에 영업은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산 넘어 산이었다. 제품을 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저성능 경쟁 제품이 저가로 쏟아졌다.

제품의 우수성 보다 더 경쟁력 있는 건 가격이다. 그러나 가격보다 더 경쟁력 있는 건 `네트워크(Network)`라는 것도 중소기업CEO로 살면서 느끼게 된다. 2002년 벤처기업확인을 받고 한국여성벤처협회에 가입했다. 열정적이며 멋지게 사업을 이끌어 가는 선배기업가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협회 정보망을 통해 국가에서 많은 지원 사업과 정책을 알게 됐다.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연구개발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포기했던 새로운 제품을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해 출시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녹조방지 물순환장치를 개발해 사업화했다. 특허, 신기술인증, 신제품인증, 녹색기술인증 등을 획득했고 지식경제부장관상, 여성가족부장관상 등 다수의 표창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나는 여성CEO다. 여성은 온화할 수 있지만 여성CEO는 항상 온화할 수 없다. 나 역시 직원 실수는 바로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일이 다반사니 아무리 여사장이라도 부드럽고 따뜻함보다는 강하고 억센 모습으로 비춰지기 일쑤다.

나도 모르게 베어버린 습관이 안타까웠던지 한 선배는 이솝우화 중 태양과 바람의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직원을 자식과 같이 생각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고 격려해주다 보면 직원들은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나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사업이지만, 직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오는 압박감, 경영판단을 비롯한 모든 것에 지혜로워야 한다. 특히 여성이기에 더 많은 시선을 받는다는 점에서 여성CEO로 산다는 건 참 힘들고 고된 일이다. 다만, 기업이 성장하고 나의 수고와 노력이 내 주변에서부터 국가경제까지 미래에 발전을 가져오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이 일이 오히려 여성이기에 해 볼만한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요즘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해 청년창업이 활성화되고, 톡톡 튀는 경쟁력을 갖춘 아이디어들이 어느때 보다 많이 상품화되어 시장에 등장한다. 미래가 기대되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창업선배로서 한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은 창업 시에는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 전에 철저한 교육과 조사 등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실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품을 개발해 사업화 하는 과정에 그리 녹녹치 않은 어려움이 가득하다.

여성의 강점은 이런 상황에서 발휘될 수 있다. 여성은 위기 감각이 남다르다. 후배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보면 본인이 왜 실패할 것인지에 대한 답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도 본다. 실패요인을 안다면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실패가 걱정된다면 포기가 아니라 성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답이다.

요즘 거래처를 방문하면 여사장이라고 환대를 받는다. 여성 대통령 덕분인 것 같다. 나는 여성도 사업하기 좋은 나라가 경쟁력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 있다. 힘들지만 여사장으로 살아가는 것, 매력 있는 일이다. 장점은 활용할 때 빛을 발한다. 정부는 여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기업규모별, 성장단계별로 마련해주고, 여성은 꿈을 펼칠 의지를 가질 때 우리의 미래는 밝다.

박명하 에코코 대표/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et@ecoco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