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2·3차 협력사도 자생력 갖춰야

경제성장률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2.9%에서 2.3%로 하향 수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도 하반기 경기 전망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철강·자동차·선박 등 주력 수출업종이 글로벌 경기부진과 엔저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분야는 휴대폰이다. 폭발적인 스마트폰 수요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승승장구하고 있고 LG전자도 옵티머스 시리즈 판매량 증가 덕분에 실적 기대가 높다.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1차 협력사는 실적 향상에 표정관리를 할 정도다.

2, 3차 협력사는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해 시장상황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2, 3차 협력사에는 그림의 떡이다. 구매기업의 단가인하 압력은 갈수록 심해지고 대금 결제방식도 장기 어음이 많아 자금 유통 상황이 좋지 않다. 생산량을 늘리라는 구매기업의 말에 설비투자를 늘리고 나면 과잉공급이라는 독이 되서 돌아올 때가 많다. 2, 3차 협력사는 갑과 을에 치이는 병이나 정쯤 된다.

최근 정부와 대기업이 2, 3차 협력사까지 배려하는 동반성장·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직계열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사회에서 동반성장이나 상생협력은 쉽지 않다. 갑인 대기업 하자는 상생협력이 병정쯤 되는 2, 3차 협력사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해결책은 수직계열화로 이뤄진 경제 틀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2, 3차 협력사도 마음가짐과 자세를 바꿔야 한다. 병정이라는 자괴감보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회사가 가장 잘하는 능력과 기술을 파악해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당장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는 안 된다. 정부도 고질적인 수직계열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당사자인 대기업의 협조도 필요하다. 대기업 없이 2, 3차 협력업체가 존재하기 어렵겠지만 2, 3차 협력업체가 없으면 대기업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