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와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 글로벌 기술기업 구글 소유다. 그런데 구글이 직접 만들지 않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2005년에, 유튜브를 2006년에 각각 인수했다. 그 전까지 실리콘밸리 유망 벤처기업들이었다. 안드로이드는 2003년 앤디 루빈, 리치 마이너 등이, 유튜브는 2005년 채드 헐리, 스티브 첸 등이 만든 회사다. 구글에 팔리자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이들의 `잭팟`을 부러워했다.
`기술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전자신문이 오픈서베이와 함께 한 설문조사에서 47.5%가 이렇게 응답했다. 거의 절반이 부정적인 셈이다. 조사대상이 작지만 일반 국민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의 벤처 인수합병(M&A)을 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대기업의 잘못이 크다. 협력한다며 벤처기업 기술이나 핵심 인력만 빼돌린 사례가 적지 않다. 인수도 하지 않지만, 한다 해도 제값을 치르지 않는다. M&A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수긍할 만하다.
최근 바뀌었다. 대기업, 특히 기술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을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자체 개발의 한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벤처 생태계 구축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M&A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으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술 대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어발 확장` `벤처기업 기술 탈취`라는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 내부에서조차 M&A를 거론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 벤처기업만 찾아다닌다.
대기업부터 달라져야 한다. 한건이라도 우리 벤처업계가 깜짝 놀랄 M&A 대박 사례를 내놓으면 부정적인 인식을 확 바꿔놓을 수 있다. 삼성, LG, SKT, KT와 같은 기술 대기업이 앞장설 일이다. 정부와 국민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 대기업의 벤처 M&A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는 대부분 과거 대기업집단의 그릇된 행태에서 비롯했다. 옛 규제가 한번 달라지겠다는 기술 대기업의 변신 기회까지 완전 차단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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