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삶의 질 높은 SW개발 환경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소프트웨어(SW)를 공부하는 전산학과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학부 입학생 가운데 전산학과를 택하는 비율이 벤처열풍이 불던 2000년과 2001년 19.4%와 22.6%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5~6%대로 낮아졌다.

대학에서 SW 분야 인기가 시들해지자 산업 현장도 젊은 SW 개발자 구인난으로 허덕인다. 한국IT산업노동조합이 SW 노동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4년 전체의 53.7%를 차지하던 20대 직원 비율이 올해 32.9%로 낮아졌다. 반면에 1%도 안 되던 40대 이상은 10.5%로 늘어났다. SW 개발 현장에 젊은 인재가 없다는 말은 우리나라 SW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SW 개발자하면 떠오르는 말이 월화수목금금금이다. SW 개발자엔 주말이 없다는 이야기다. 밤 10시 퇴근은 기본이고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그 기간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밤샘 작업도 심심치 않게 한다.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실제 일한 만큼 업무시간을 인정받기도 힘들다.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SW 개발자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공계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의학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전공을 인문계로 바꾸는 예도 많다. 이공계 기피보다 심한 게 SW 개발 분야다.

젊은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SW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를 보며 SW 개발자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명성과 부를 안겨줄 것만 같았던 SW 개발자의 길이 험난할 뿐만 아니라 3D업종이라는 사실을 직간접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젊은 인재들이 SW 개발 현장을 떠나거나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된 프로젝트 일정으로 야근과 밤샘이 반복되는 생활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SW 개발자의 보수 수준이 미국 등에 비해 낮은 것도 외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 잡은 한 SW 개발자의 “지금 삶을 누구보다 만족하고 있다”는 말은 악순환에 빠진 우리 SW 현장에 답을 준다. SW 개발자 처우와 함께 가정과 일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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